경쟁 대신 손을 잡아준 친구에게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114. 경쟁의 열기는 당신의 소중한 것까지 태워 없앤다.

절대 경쟁하지 말라. 모든 대립적인 주장은 평판에 흠집을 낸다. 경쟁자는 재빨리 상대의 결점을 찾아내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공정하게 전쟁을 치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호의적인 사람은 늘 평화롭다. 명성 있고 영예로운 사람에게는 늘 호의가 따른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책을 전해줄 때, 간단한 문구를 써주면 좋을 것 같아.”

단체로 구입한 책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그래? 그럼 그러지 뭐.”

대답은 가볍게 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책에 직접 쓸까, 아니면 카드에 손글씨로 적어 책 사이에 끼워둘까 한참을 고민했다. 친구는 책에 직접 쓰는 게 좋다고 했다.


반백살이 넘어서 사귀게 된 친구다. 회사 동료도, 학교 친구도 아닌 또 다른 인연이다. 공부를 하며 만난 친구는 내 건강한 모습도, 아파하는 모습도 함께 보았다. 이상하게 건강할 때보다 아플 때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학교에 갈 땐 꼭 함께 가자고 하고, 과제 제출 전에는 내용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학점을 잘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텐데, 우리 사이엔 ‘경쟁’이란 단어가 없다. 대신 도움과 위로가 있다. 그때마다 “고맙다”는 말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친정엄마를 간호했고, 결국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많이 울고, 깊이 우울했다.

무엇을 드시면 좋아하셨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그 음식을 나에게 알려준다.


친구가 처음 끓여준 녹두죽은 고소하고 따뜻했다.

그 맛이 내 몸 전체를 건강하게 감싸는 느낌이었다.


친구는 늘 나보다 나를 더 생각한다는 착각을 할 정도다.

가끔 고마움을 표현하려 하면 손사래를 친다.

“우리가 이 나이에 뭐, 서로 부담스러워하며 살 필요 있냐?”

편하게 생각하라며 웃는다.


나는 “그래도 받는 늘 사람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라고 말하지만,

친구는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런 생각 말고 건강에 힘써.”라고 말한다.

그 말마저도 고맙고, 때로는 부담스럽다.


빨리 건강해져서 민폐를 덜 끼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힘든 친구에게 내가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친구는 무엇 하나 모자란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은

‘경쟁심이 없는 마음’이다.


내가 혼자 학교 갈 수 없었을때, 책이 출간되었을 때,

홍보와 판매를 돕고 응원해 준 그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건강한 몸으로 받은 것 이상을 돌려주고 싶다.

그 간절함이 목까지 차오른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이름을 부르고, 그들의 평안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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