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15. 사람들의 결점에 익숙해지는 것도 배워야 할 재주다.
지인의 결점에 익숙해져라. 추한 얼굴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지인의 결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의존적인 관계에 있을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 함께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해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그들 결점만 바라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지인일까?’
살다 보면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좋을 때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웃게 만들지만, 어느 순간 불쑥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는 사람. 그럴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도 이상하게 완전히 미워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런 존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 결점이 크게 보인다면, 어쩌면 그만큼 결점도 크다는 뜻일 것이다.
시간이 쌓이고, 정이 쌓이면,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관계가 된다. 처음엔 그 결점이 너무 거슬려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왜 저럴까, 왜 바뀌지 않을까.’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깨닫게 된다. 결점은 그 사람 일부이고, 그것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더 큰 결점을 감싸 안을 때, 삶 깊이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 사람을 바꾸려는 마음은 결국 지치게 한다. 추한 얼굴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지인 단점에도 익숙해질 수 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렇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인정이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는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은 종종 감정에 휩쓸려, 자신만은 다를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다 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문득 생각이 든다. ‘어떤 지인일까?’
누군가에게는 고약한 결점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던진 말 한마디, 무심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 마음에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타인 결점이 다르게 보인다. 마치 결점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결국 관계는 서로 결점 위에 세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 그들 존재가 때로는 말할 수 없이 고맙다. 친구가 그렇고, 오랜 세월 함께한 동료가 그렇다.
배려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친구야,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해 줘봐.”
그 말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상처를 주더라도 여전히 소중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등 돌리는 지인이 있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결점을 감싸 안을 만큼의 이해와 온기가 있을 때, 관계는 오래간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지인 결점에 익숙해지듯, 결점에도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겠다.
인간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도 조금 더 온유한 사람이 되기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