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과 교제하라.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16. 비열한 사람들 사이에는 진정한 우정이 없다.

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과 교제하라. 그런 사람들과는 서로 신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들의 의무감은 그런 행동을 보장한다. 그들은 비록 다툴 일이 생겨도 상대에게 잘 대한다. 그들은 늘 의무를 다하는 본래 모습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걸어가도록 돕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인생이 덜 외롭다.

선배님이 어제부터 얼굴을 보자고 연락을 주셨다.


외부에 있다고 하자, 오늘 다시 물어보셨다.

주말엔 쉬어야 할 텐데 굳이 온다 하시니 부담스러웠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반가움이 더 컸다.


오후 두 시, 초인종이 울렸다.

선배님은 남편분과 함께 오셨다.

“자주 못 와서 미안해.”

30년 넘게 알고 지낸 선배님은 언제나 바쁜 와중에도 나를 챙긴다.

한결같은 그 마음 덕분에 오랜 세월의 신뢰는 더 단단해졌다.

그 고마움에 다시 힘이 난다.


선배님의 한 손에는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남편분이 내가 좋아하는 묵은지 김치볶음과 멸치볶음을 직접 준비하셨단다.

노란 연시가 탐스럽게 담긴 봉투를 보며 미소가 번졌다.


명절에 멜론을 보내주셨을 때 인사를 못 드렸던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찾아와 주시니 그저 반갑고 고마웠다.


남편분은 출판사 대표이시다.

이번 공저 인사이동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졌다.

“표지와 편집이 조금 아쉽지만, 글에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그는 웃으며 다음엔 나에게 직접 투고하라 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작가인데,

그 말을 듣자 괜스레 웃음이 났다.


선배님은 이 책 속 한 꼭지의 주인공이다.

“나를 예쁘게 써줘서 고마워.”

그 말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안부도 궁금하고, 음식도 전해주고 싶어서

두 분이 함께 왔다고 했다.

선배님은 내게 글감을 준 사람이고,

남편분은 언젠가 내 글을 세상에 실어줄지도 모르는 출판사 대표다.


초보 작가로서 그들의 응원과 조언이 든든했다.

“개인 저서는 어떤 주제로 준비하고 있어요?”

그 물음에 마음이 다시 설레었다.

막연했던 글의 방향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남편분은 출판과 영업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진심을 담아 들려주셨다.

그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깊은 지혜였다.


그날, 두 분이 전한 마음이 오래 남았다.

작가로서의 길이 아직 멀고 낯설지만,

내 앞날이 조금 더 환하게 열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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