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과 비난이라는 암초를 피하려면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17. 아첨과 비난이라는 암초를 피하려면 자신에 대한 말을 삼가라.

절대 자신에 대해 말하지 말라. 자신을 칭찬하는 것은 헛된 일이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사기를 꺾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가지 암초, 즉 아첨과 비난 중 하나에 부딪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 진료가 오전 7시 40분과 오후 2시에 잡혀 있었다.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지하 휴게실로 내려가니,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도시락을 준비해 와 진료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단백질 음료와 견과류를 꺼냈다. 항암 부작용으로 밥을 못 먹을 때 친구가 보내주었던 것들이다. 한 모금 마시니 고소한 맛이 여전했다. 그런데 문득 유통기한을 보니 한 달이나 지나 있었다. 집에 남은 것도 쉰 개쯤 된다. 버릴까, 그냥 먹을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맛은 괜찮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잠시 후, 함께 수술을 받았던 친구가 생각났다. 연락을 해 보았지만 답이 없었다. 이번엔 잠실에 사는 작가님께 문자를 보냈다. 급작스러운 연락이 미안했지만, 지방에 가는 길이라며 정중히 답을 주셨다. 그래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잠실로 향했다. 석촌호수와 교보문고 잠실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며 창밖을 보니, 노란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호숫가를 걷는 어르신들의 걸음은 느리고 단단했다. 발가락이 저려올 때마다 나도 그들의 리듬을 따라 걸었다. 축 늘어진 나무들이 물 위에 비치며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 순간, 문득 오래전 함께 일했던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잠시 후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 진료가 있어 잠시 들렀다는 그녀와 잠실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리뉴얼된 카페는 의자가 늘었고, 조명이 한결 따뜻했다. 카스테라와 과일을 주문해 놓고 창가에 앉았다. 나무와 호수를 카메라에 담고 있을 때, 친구가 “총알같이” 도착했다. 짧아진 내 머리를 보고 잠시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짧은 머리야”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내 나를 안아주며 “고생 많았지?”라고 속삭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우리는 매장의 어려움, 출판계의 침체, 그리고 작가들의 고군분투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초보 작가를 위한 사인회가 꾸준히 열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고마움을 느꼈다. 서로의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된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그녀는 덧붙였다. “노인 인구가 20대 인구보다 많아졌대. 손님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줄어드는 사람들, 줄어드는 기회, 그러나 여전히 이어지는 하루. 그 모든 것이 마치 호수 위에 비친 나무처럼 덧없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나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내 안의 이야기를 알아준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말보다 진심이 먼저 전해진다.

그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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