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20. 생각과 취향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현실적인 삶을 살아라. 지식까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모르는 척하는 편이 낫다. 운명이 거절한 것보다 허락한 것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생각과 취향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을 때, 가능한 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살아간다. 나 또한 그 말의 의미를 뒤늦게 체감하고 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책을 구입한 학우들이 사인을 부탁했다. 초보 작가로서 어색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물으며 정성껏 짧은 문장을 적었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에 책을 가운데 두고 활짝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쑥스러움과 설렘이 함께 있었다.
그중 인간관계로 갈등이 있는 학우에게 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 그런데 단톡방에 있던 또 다른 학우가 그 사진 위에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다시 올려놓았다. 이후 놀라운 일이 이어졌다. AI 앱을 공부하는 그분이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한 사진 속 인물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호랑이가 포옹하듯 안아주는 장면으로 변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와 힘들어하던 학우가 함께 찍은 사진이 롯데타워 전광판에 광고처럼 등장한 영상이었다. 작은 책 표지가 반짝이며 나타나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나도 그날 하루 종일 앱을 찾아 헤매며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 보려 애썼다. 하늘을 나는 장면 하나만 완성했는데, 그마저도 신기했다. 영상을 받은 학우는 “대박”이라며 감탄했다.
롯데타워 전관판 영상을 만들어 준 사람은 팔십세 되신 동기 어르신이다.
그분은 젊은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유연했다.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배우며 앞서 나갔다. 단톡방에서 가장 스마트한 분이 바로 그분이었다. 누군가 힘들어하면, 그는 늘 용기를 북돋는 영상을 만들어 올려주었다. 세대는 다르지만 마음은 더 젊고, 세상과의 거리도 누구보다 가까웠다.
나도 가끔은 새로운 기술 앞에서 두려움부터 느낀다. 그러나 그 어르신을 떠올리면 마음이 달라진다.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과 소통하려는 열린 마음, 그게 진짜 젊음이라는 걸 배웠다.
나도 언젠가 팔십세가 되면, 그분처럼 변화에 두려움 없이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은 늘 변하지만, 유연한 마음은 그 어떤 변화보다 오래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