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21.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지 말라. 매사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사에 모든 것을 문제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항상 모든 게 중요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맏아들이며, 결국엔 싸움이나 비밀스러운 일로 만든다. 문제를 그대로 둔다고 해서 꼭 최악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아는 지인 중 한 분이 있었다. 처음엔 호르몬 유방암으로 진단받아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삼중음성유방암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평소 걱정이 많고, 늘 주변의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이었다. 걱정이 되어 퍼뜨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이슈로 말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 병원에 물어보니 그런 경우도 가끔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같은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기에, 그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했다. 두 번의 조직검사 끝에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렇다’며 선항암과 후항암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의 무게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는 안다. 그 고통을 다른 이가 겪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명절 즈음, 다시 그분 소식이 들려왔다. 걷다가 갑자기 쓰러져 119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골반뼈로 암이 전이되었다는 말도 전해졌다. 같은 병원을 다니며 같은 병을 앓는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는 용기를 꺾는 소식이었다. 주변은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고, 그분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연민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그분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쉽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몸은 어떠세요?” 묻자, “수술도 끝났고 항암도 다 마쳐서 마음이 편해요. 이제 약도 안 먹어요. 병원은 6개월에 한 번 가면 돼요.”
그분의 목소리는 밝고 단단했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음식은 잘 드세요?” 묻자, “없어서 못 먹어요.” 하고 웃었다. 걷는 것도 잘하고, 피부도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동안 연락을 끊었던 이유는, 누군가 전해준 “뼈 전이”라는 잘못된 소식 때문이었다. 그분은 전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통화를 마치며 서로 말했다. “우리, 앞으로 잘 관리하며 살아요.”
말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작은 오해가 큰 상처로 번질 수도 있다.
굳이 하지 않아야 할 말은 삼키는 게 낫다.
그날의 통화 이후, 나는 더욱 조심하려 한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흔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