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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수능 날, 엄마의 기도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39. 모든 완벽함을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를 만나야 한다.

일진 사나운 날을 파악하라. 그런 날들이 있는데, 그럴 때는 제대로 된는 일이 하나도 없다. 현명한 사람은 한번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불행한 날이라고 단정하거나, 그 반대 상황이라고 해서 행운의 날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전자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고, 후자는 우연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완벽함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시기가 있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뒤틀리고, 손에 잡히는 일마다 어긋난다.

그럴 때 현명한 사람은 안다.


그저 ‘일진이 사나운 날’일 뿐, 인생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걸.

큰아이는 제대 후 다시 수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 저녁부터 내일까지, 집 안 공기가 낯설 만큼 긴장으로 가득하다.


엄마의 마음은 늘 그렇다.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한다.

“시험장에서 너무 떨지 않게 해주세요.

그동안 공부한 만큼만 실력 발휘하게 해주세요.

허락된다면, 자신 없는 문제 몇 개쯤은 맞게 해주세요.”


아이는 ‘수능을 본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한다.

세상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 일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엄마는 안다.

군대에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 뜻을 존중했고, 믿어주었다.

4월부터 11월까지, 아들은 오직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둔 채

공부라는 하나의 길 위에서 묵묵히 걸었다.


시험이 끝나면 한 달쯤은 자신을 위해 쉬어가길 바란다.

공부가 끝나면 천천히 여행도 하고, 여유롭게 하늘도 올려다보며

스스로를 위로해주길.


결과가 좋지 않다면,

“오늘은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흘려보내면 된다.

반대로 잘 되었다면,

“오늘은 행운의 날이었구나.”

그렇게 웃으며 하루를 기억하면 된다.


무엇을 선택하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길은 언제나 여러 갈래로 나 있고,

엄마도 여전히 공부 중이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짧은 인생 동안 더 많은 경험을 배우고 느끼며 살고 싶어서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한다.

“늦은 공부는 없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

지금의 이 길도, 너의 길임을 엄마는 안다.


설령 세상이 모른다 해도,

엄마는 끝까지 너를 믿는다.


죽어서도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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