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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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낸다고 해서 인생에 갑작스러운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을 계기로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한 지인과 통화를 하며 아픈 이야기,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자연스럽게 종교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교회를 다닌 지 두 달 정도 되어 간다. 예배를 드릴 때면 목사님의 설교 중에서 꼭 하나의 키워드만 기억하려고 한다. 그 한 문장을 마음에 담기 위해 메모를 하고, 설교하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며 예배당을 나온다.
지인은 내가 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지 물었다.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태어남과 병듦, 죽음으로 향하는 그 길을 스스로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진실 앞에서 두 손이 자연스럽게 얼굴 앞에서 모였다.
지인은 예전에 내가 참여했던 공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앞으로 이어가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
크고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잔잔한 소통.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작은 기쁨을 함께 발견하는 관계. 출간 후 내가 이어가고 싶은 일은 바로 그런 ‘나눔과 관계의 지속’이다. 책이 그 시작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그 나눔을 더 깊고 따뜻하게 확장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