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42. 나쁜 무기를 들고는 제대로 복수할 수 없다.
고집 때문에 그릇된 편에 서지 말라는 말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이 아닌 이성의 편에 선다. 먼저 좋은 쪽을 찾고, 나쁜 쪽은 천천히 개선해 나가려 한다. 결국 상대를 좋은 곳으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먼저 선한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면 고집스러운 사람은 스스로 그 좋은 자리에서 벗어나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얼마 전 모임공간을 운영하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새로운 일을 찾고 싶은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생각보다 좁다고 했다. 평생교육학 박사이자 학교에서 강의도 하는 분이다. 사업을 운영하며 박사 학위까지 마쳤고, 두 가지 일을 오랫동안 병행한 사람이다. 그러나 교수직 또한 더 이상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그 역시 불안함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직업상담컨설턴트 교육을 받았는데, 예전에 알고 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바뀌고, 교육 방식이 달라지고, 따라가기 어렵다는 말을 들으며 문득 생각이 스쳤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들조차 갈 길을 잃은 듯 방황하기도 하는구나. 말로만 듣던 “세상은 돌아서면 바뀐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난다.
그럼 우리는 어떤 무기를 들고 살아가야 할까?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려 애쓰지만, 나 또한 가끔은 미지근한 두려움이 목끝까지 차오른다. 최첨단 AI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지금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왜 필요한지 이해하려는 공부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그래서 생각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무기는 ‘배움’과 ‘협력’이다.
배움은 끝이 없는 길이다. 대학원 지원 서류를 준비하면서도 숨이 턱 막힐 때가 많다. 어디서 무엇을 발급받아야 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작은 종이 한 장을 찾는 일이 이렇게 큰 산처럼 느껴질 줄 누가 알았을까. 하나하나 찾아가며 해결하려 하지만, 때로는 회사나 학교의 도움이 필요한 지점도 있다.
‘혹시 회사에서 학교가 요구하는 서류를 만들어주지 못하면 어쩌지?’
그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마음도 함께 떠오른다. 그동안 원하면서도 미루기만 했던 길인데, 이번만큼은 지원서를 꼭 제출하고 싶다.
혹시 규정이 달라 갈 수 없는 길이라면, 그것도 받아들이자.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배움은 잘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믿는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사람들과 협력하며 살아가야 한다. 배움의 무기와 협력의 무기를 통해 갑갑한 세상도 조금은 밝아질 것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