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사동 한식집에서 배운 진정성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143. 양극단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질 뿐이다.

진부함을 피하려다가 기이함에 빠지지 말라. 이런 양극단은 명성을 떨어뜨린다.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은 모든 일은 일종의 어리석음에 가까워진다. 기이함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지혜로움과 정반대가 된다. 그것이 때때로 전부 거짓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확실함에 기초하므로 중요한 일을 큰 위험에 빠뜨린다.

"양극단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질 뿐이다. 진부함을 피하려다가 기이함에 빠지지 말라." 이 격언처럼, 우리는 종종 겉모습과 명성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치곤 한다. 인사동의 한 유명 한식집에서 경험한 실망스러운 식사는, 진정성 없는 장사와 투명한 운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친구들과 함께 인사동의 유명 한식집을 찾았다. 제육볶음, 간장게장, 된장찌개, 순두부가 일품이라는 소문을 듣고 기대에 부풀어 방문했다. 식당 안에는 일본인 관광객 두 분이 한식을 음미하듯 정성껏 먹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1인당 16,500원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가장 저렴한 메뉴 세 개를 주문하자, 사장님은 "지금 행사해서 간장게장 듬뿍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어요"라며 3,000원을 더 내라고 권했다. 전통음식의 정갈한 맛을 기대했지만, 그 말에서 느껴진 것은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속내뿐이었다.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하는 일에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그런 마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밑반찬은 고사리, 콩나물, 무생채, 산나물, 양배추 등이 맛보기 식으로 나왔고, 곤드레밥은 3인분을 시켰는데도 2인분 정도의 양이었다. 함께 온 친구가 짜증을 내며 밥을 더 달라고 하자 그제야 조금 더 주었다. 도토리묵과 제육볶음의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 정도 금액이라면 더 푸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의 대부분은 50~60대 여성들로, 한식을 좋아하는 연령대였다. 평균 2만 원 정도 하는 메뉴 가격에 걸맞은 만족감을 주려면, 가게 주인이 조금 더 아끼고 꼼수를 부리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런 모습은 여행객들도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인사동길을 벗어나 안국역 근처로 향했다. 그곳에는 젊은 사람들로 가득한 음식점과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 앞에는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외국인들도 기다림에 익숙한 듯 보였다. 와플, 샌드위치, 카페 등 굳이 밥이 아니어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한 음식점 옆에는 테이블이 좁고 불안하게 놓여 있었지만, 그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함께 온 이들과 밝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불편하고 기다려야 하지만, 진정성과 투명함이 느껴지는 이 가게들의 모습이 아까 그 한식집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옛 맛을 따라 찾아간 인사동 한식집의 사장님과, 불편함 속에서도 투명하게 운영되는 젊은 가게들의 차이는 명확했다. 명성과 전통이라는 겉치레보다 중요한 것은 손님을 대하는 진정성이다. 양극단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는 바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기이함에 빠져 본질을 잃은 장사는 결국 명성마저 떨어뜨릴 뿐이다. 진지함과 정성, 그리고 투명함이야말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식당의 비결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였다.

20250817_164506.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배움이라는 가장 단단한 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