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위한 삶, 졸업식의 교훈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74. 지식의 갈망이 있더라도 모르는 게 나은 지식은 절제하여야 한다.


조급하게 살지 말라. 일을 배분할 줄 안다는 것은 즐길 줄 안다는 뜻이다. 많는 사람은 삶이 한참 남았는데도 행운이 빨리 끝난다. 그들은 평생 소화해도 힘든양을 하루 만에 삼키려고 애쓴다.

주임 교수님은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은 학생들에게 상패를 전달한다. 이 상은 학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한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공간에는 학생들, 교수들, 가족들이 자리를 한다. 졸업생들은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오늘의 주인공이 되어,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움직인다. 축사와 답사, 축하 노래와 내빈 소개가 이어진다.


식순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졸업생은 동영상 촬영이나 사진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으며, 자신의 외모에 신경 쓰느라 학사모를 만지작거리는 학생도 있다. 그 중 약 60%의 졸업생은 식순에 집중하고 있다.


80세에 졸업하는 만학도의 답사는 교수님과 졸업생들, 재학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6.25 전쟁에서 총을 맞고 유공자로 살아온 그분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여기 있을 수 있는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교수님의 말씀에 다시 한 번 박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시상식을 마친 한 학생은 교수님이 눈물로 말한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서 소개된다. “이 학생은 제가 27년간 가르친 학생 중 가장 가슴 아픈 학생입니다.” 교수님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시상식은 잠시 멈추고, 눈물을 흘리며 이어진 말은 “큰 아픔 속에서도 학업을 소홀히 하지 않고, 당당히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교수님과 함께한 모든 이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으려 애쓴다.


“정말 열심히 살아온 학생입니다. 여러분, 이 학생을 위해 많은 기도와 응원을 보내주세요. 저 또한 매일 이 학생을 위해 기도합니다.” 교수님의 말을 들은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상자 역시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주임 교수님은 “이 자리에 큰 아들이 와 있습니다. 정말 잘 성장한 청년입니다.”라며 아들을 무대 위로 초대하고, 그를 향한 큰 박수가 이어진다.


그동안 사진 촬영에 몰두하던 학생은 포토존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자세와 표정을 바꿔가며 촬영을 이어간다.


작년 졸업식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졸업생들의 말처럼, 21명으로 입학한 이들 중 15명이 졸업을 맞이했다. 그 안에는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500명의 졸업생이 만들어 낸 이야기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한 졸업식이었다.


참석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졸업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에서의 공부와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대다수의 졸업생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


졸업식을 마친 후, 각자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며 감회에 차 있다. 누군가는 동영상과 사진을 올리며 감동을 나누고, 누군가는 교수님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교수실로 향한다. 또 어떤 이들은 이미 할 일을 다 끝냈다고 생각하며, 더 이상 이곳에 엮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나중에라도 다시 만나자며 약속을 하는 이들도 있다.


졸업식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다. 그 소중함과 감사함은 분명히 전달되었다.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이 경험을 '기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1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평생교육원에 대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함께한 사람들의 소중함은 그 무엇보다 크다. 그들의 얼굴과 표정을 떠올리면, 그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시간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길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즐길 때, 그곳에서 온전히 내가 존재한다. 앞으로 졸업생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기도 하고,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살기도 한다. 졸업식을 마치며, 타인을 위하는 삶이 더 행복하고 기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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