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과 아첨이 걷힌 자리에서, 비로소 사람이 보였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88. 과장이나 아첨에 흔들리지 말고 사람 보는 눈을 키워라


다른 사람을 칭찬하라. 그렇게 하면 안목에 대한 신뢰를 얻는다. 다른 곳에서 탁월함을 평가할 줄 알았으음로 지금 그런 좋은 안목을 가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하는 과정에 낙담하거나, 저쪽에서 하는 아첨에 우쭐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있는 곳의 분위기에 맞춰 방향만 바꿀 뿐이기 때문이다.


새해가 다가온다는 것은 회사의 인사발령 소식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다.

오랜만에 대대적인 이동이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동료는 답답하다는 표현을 쓴다. 폭탄 돌리기도 아니고,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건 무엇보다 싫다는 말도 덧붙인다.

일을 잘하는 사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이 기준은 생각보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해,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두고 인간관계가 좋다고 말하고,

모르는 업무를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며 일머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조직을 벗어나는 순간, 그 능력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면 살아가기는 한결 수월해진다.

오랜 회사 생활을 돌아보면, 대리와 과장 시절이 가장 재미있고 인정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과장과 차장 때는 발령이 잦아지고,

그 이상이 되면 서서히 퇴물 취급을 받는다.

부장이 되면 더 이상의 승진은 사실상 무리다.

그때부터는 내려오는 연습이 필요해진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라인이었는지,

친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이라는 감정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된다.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선배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럴 마음의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부장에서 팀원으로 내려오는 일은, 나이가 들면 더 이상 특별한 사건도 아니다.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회사는 직책과 책임을 하나둘 거둬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를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한때 넘쳐나던 아첨은 줄어들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잠깐의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면 맞다.

조직장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해도 되고 저만큼 써도 되는 사람인 줄 알았던 시간.

천년만년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착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은 생각보다 괴롭다.

그 이유는 결국,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조직 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 순간,

그 믿음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최선’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쉽게 붙는다.

이 모든 시간은, 과장과 아첨에 흔들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돈과 시간, 정성을 쏟았던 사람들과의 거리감이 오히려 또렷해진다.

그래서 고맙다.

이제는 더 이상 착각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니까.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가정으로 돌아온다.

일을 핑계로 가장 소홀했던 곳이 바로 가족이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는 쉽지 않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어느새 이렇게 컸구나.

그동안 집에서도 조직장의 말투를 버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래도 지금이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따라온다.

가족이 쏟아내는 말은 가슴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듣기 좋은 말이든, 불편한 말이든

솔직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불편한 말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말일지도 모른다.

요즘 이해하려 애쓴다.

감정이 먼저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그 행동이 나온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려 한다.

가족도, 남도 결국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그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만 살고 싶지 않다.

서운한 마음, 손해 보는 마음을 잘 다스릴 때

그 마음이 내일의 후회로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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