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193. 겉으로 남을 위하는 듯하나 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을 주의하라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남의 문제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을 조심하라. 이런 교활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보호 장치는 주의하는 것뿐이다. 그들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매번 불 속에서 자기 손가락을 태워 가며 남의 재물을 구해내는 일이나 할 수밖에 없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기는 참 쉽지 않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일부 협력업체 대표님들에게도 휴직 사실을 알려야 했다. 업무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최대한 배려했다고 생각했던 분들에게, 나는 전화로라도 인사를 드렸다. 깜짝 놀라는 목소리로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묻는 분도 계셨다. 나는 담담히 “치료를 일정대로 잘 받으면 되겠지요”라고 답했다.
한 해가 지나고, 모 대표님에게서 새해 인사 문자가 왔다. “건강 잘 챙기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말이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묘한 서운함이 남았다. 건강 책을 보내겠다며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셨지만, 이후 소식은 없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거나, 그들을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휴직 2년차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알았다.
회사 후배에게서도 새해 인사 톡이 왔다. 반갑게 답장을 했지만, 한동안 답장이 없더니 다음 날이 돼서야 ‘읽음’으로 표시되었다.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나 보다.
요즘은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을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지면,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든다. 동네 독서실을 발견하고 산책을 겸해 두세 시간 정도 책을 읽은 뒤, 공원으로 향한다. 책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독서실 계단을 내려올 때 느껴지는 뿌듯함이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도, 책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다.
누군가 나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갚아야 마음이 편하다.
회사, 학교, 친구, 가족을 바라보면서 가끔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그들의 말과 행동은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구나,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빠른 사람들에게 속게 될지 모르지만,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숨통이 트인다.
얼마나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얼마나 더 자신을 돋보이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자신을 속이는 삶은 결코 제대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