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한 자보다 더 최악인 사람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06. 저속한 자보다 더 최악인 사람


저속한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명심하라. 어리석게 말하고 주제넘게 남을 비난한다. 그들은 무지의 수제자이자, 어리석음의 대부이고 험담의 동맹자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의 말은 무시하고, 그들의 생각은 더더욱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영혼이 맑아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의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들의 식탁에는 동물성 식품보다 직접 가꾼 텃밭의 채소가 오른다. 계절에 맞게 자연이 내어준 열매와 뿌리식물을 먹고, 때로는 물고기를 잡거나 닭을 키워 달걀로 단백질을 보충한다. 눈앞에 펼쳐진 산은 그들의 정원이자 마음의 친구다. 그 누구도 크게 걱정하는 얼굴이 아니다. 도시의 고단한 삶, 사람과의 어긋남, 경제적 문제, 건강의 악화로부터 물러나 자연에 기대어 살아간다. 산속에서는 사람을 마주칠 일이 드물기에, 누군가를 보면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사랑과 희망, 용서와 소명이 담겨 있다. 누구를 헐뜯거나 서운함을 품고 살아가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든 자연이 허락한 삶 자체를 사랑한다. 3년 동안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이유도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흐름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화면 속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이 있지만, 유명 셰프의 화려한 요리보다 자연인의 소박한 김치와 밥 한 상이 더 맛있어 보인다. 예능 요리 프로그램은 경쟁을 전제로 한다. 서로를 방해하고 험담하며 웃음을 만든다. 시청자는 처음엔 즐기지만 이내 피로를 느낀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점점 여유가 사라진다. 둘 이상이 모이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작은 사건과 사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준비라도 한 듯 말로 난도질된다. 어떤 말이 입 밖으로 나갔는지 자각하기도 전에, 우리는 서로를 판단하는 심판관이 된다.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래야 상대가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묘한 확신을 갖는다. 주변에 나쁜 사람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더 나은 삶을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혀는 그만큼 무섭고 잔인하다.


가끔은 걸러지지 않은 말이 튀어나온다. 상대는 상처를 받고, 말한 나는 뒤늦게 후회한다.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은 그렇게 반복된다. 말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꼭 필요한 말이 있다면 사람들은 결국 연락을 한다. 그 외의 순간에 타인의 삶에 끼어들어 콩이니 팥이니 따지는 일은 죄에 가깝게 느껴진다. 각자의 삶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한데 말이다. 깨끗한 영혼과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응원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나 역시 어리석음으로 주변을 어둡게 만든 적이 있었는지 돌아본다. 결코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인의 생각 틀 안에 나를 가두지도 말고, 내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 또한 경계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우선 중립을 지키려 애쓴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말과 행동으로 “나는 당신 편이다”라고 증명하지 않아도,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스로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고독이 필요하다. 몇 년이고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자연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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