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08. 어리석은 사람은 너무 많은 조언에 질려서 죽는다.
어리석게 죽지 말라. 보통 지혜로운 사람들은 지혜가 부족하면 죽는다. 하자만 어리석은 사람은 너무 많은 조언에 질려서 죽는다. 여기에 어리석게 죽는다는 것은 너무 많이 생각해서 죽는 것을 뜻한다. 정작 어리석은 사람들은 잘 죽지 않는다.
자격증 신청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은 미처 몰랐다. 신청기간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제출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받고 어지러웠지만,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갔다. 미리 전화해두고 담당자와 1층에서 만나기로 했다. ○○대학교 평생교육자격증 신청 담당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말한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사무실에서 클레임을 제기할까 봐 겁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1층까지 내려오겠다고 했다. 감사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하다고 했다. 은근히 작은 기대를 해보았다. 그럼 ○○사이버대학 어느 부서에서 담당하고, 담당자는 누구인지 정보라도 알려주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준 서류를 한 손으로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뒤돌아서기 전에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사이버대학 입학처 같은 곳에 물어보라며 급히 올라갔다. 요즘 대학은 이렇게 일을 하는구나 싶었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문 밖으로 나왔다. '지원실'이라는 표시가 의문스러웠다. 네이버 지도를 켜도 이젠 ○○사이버대학으로 향했다. 긴장했지만 어제 왔던 기억 덕분에 생각보다 잘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학처로 가니 다시 109호 학생지원처, 학생지원팀, 학생상담팀으로 안내했다. 앉아있는 직원은 20명쯤 되어 보였다. 다들 시선이 내쪽으로 집중되었다. '어제 온 그 어리버리한 아줌마'라는 느낌이었다. 입구 쪽 두 젊은 여성 담당자는 외면하고 싶어 했고, 안쪽에 있는 여자 담당자가 앞으로 나오며 안내하려고 했다. "교학처 문이 잠겼는데 어떻게 들어가죠?"라고 하니 멀리 있는 남자 직원이 자신이 열어주겠다고 했다. 서로 먼저 나오려다 어제 안내했던 여자 담당자가 나왔다. 자신의 출입증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감사하다고 했지만, 제대로 안내한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열고 맨 안쪽으로 갔다. "어제 와서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발급받았는데, 여기가 평생교육사 자격증 신청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그런 것은 안 한다고 말했다.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모르는 건지, 담당이 다른 부서인 건지. 그럼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니 중간쯤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서류를 들고 중간으로 가니 8명 정도 앉아 있었다. 다시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고 다른 방으로 가야 한다며 안내를 해주었다. 111호 교무연구처, 학사운영팀으로 갔다. 잠깐 기다리라고 해서 문 밖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담당자가 오늘 휴무라고 했다. 이 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내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대학 사이트에 신청기간 공지를 기다렸고, 잘못 받았다고 해서 힘든 상황에서 다시 왔다고 했다. "대안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니 팀장이라는 사람에게 말하더니 나보고 안으로 들어와서 앉으라고 했다. 따뜻한 차를 권했으나 먹고 싶지 않았다. 어떤 내용의 공지를 보고 왔냐고 해서 내용을 확인해 보여주었다. ○○사이버대학은 그런 공지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고, 담당자도 오늘 나오지 않아서 내 서류도 받아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 부분은 몇 개월 안 된 상태라고 했다.
111호에는 12명 정도가 책상에 앉아 있었고, 클레임 거는 아줌마에게 귀를 쫑긋하며 관심을 가져주는 느낌이었다. 서류는 가져가고 담당자가 가져오라고 하면 우편으로 보내도 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4일 남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담당자가 목요일은 병원 가야 해서 휴가라고 말해주었다.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학교에서 신청접수 공지를 올렸으며, 여기 사이버대학에서도 그 기간에 올렸어야 했는데, 그 부분보다는 공지를 안 올렸기 때문에 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듯 서류는 못 받는다고 했다. 아픈 내용을 말하며 쉽게 올 수 있으면 다시 방문하겠지만, 그럴 수 없어서 지금 온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하니 그제야 자격증 신청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며, 메모해서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몇 달 전에 가능 여부를 물어봤을 때 가능하다고 했고, 많은 케이스는 아니라고 했다는 말을 하니 그때가 언제냐고 꼬치꼬치 물어봤다. 실습할 시기로 기억된다고 말하니 그것을 메모했다.
어제도 오늘도 방문했을 때, ○○대학교 학생회관이든 사이버대학이든 직원들은 30~50명이 책상 앞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정작 고객이 왔을 때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하거나 도와주려는 적극적인 인상이 아니었다. 너희들이 가라고 하는 곳은 문이 잠겨 있고, 제대로 서류가 맞다고 하더니 사이버 관할이라고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대학교 공지에 '사이버대학 졸업자는 해당 사이버대학으로 가라'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무 공지도 없었기에 나는 ○○대학교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사이버대학은 그런 공지 자체를 하지 않았다. 5일간만 서류 접수를 받는데 공지를 안 했으니, 담당자가 휴무니 받을 수 없다는 말만 계속했다. 비싼 돈을 주고 공부하고 실습도 해서 자격증으로 작은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문의 전화를 몇 번 해봤을 때 이러저러 담당자를 바꿔가며 수차례를 기다리게 하고, 결국은 직접 방문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을 겪게 되었다. 공통적으로 직원들이 책상에서 하는 것은 핸드폰을 보는 것이었다. 내일은 담당자에게서 어떤 연락이 올지 참 궁금하다.
나는 어떻게 일을 했었나 생각해 보았다. 기본적으로 담당으로 있으면 업무 파악을 확실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복직을 하면 어떤 부서로 가야 할지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곳을 가든지 민원이 들어오게 되면 원스톱으로 처리해 주겠다. 내 밥값을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상식적인 부분들이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내 입장을 변명하기 전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려는 마음부터 챙겨봐야겠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살아가는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