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항암 4-1차를 맞기 위해 새벽 병원으로 향했다. 채혈실에서 검사를 마치고, 두 시간을 기다려 진료실 앞에 앉았다. 화요일과 수요일은 환자가 가장 많은 날답게, 서 있을 자리조차 부족했다. 진료실 문 옆 작은 공간에 몸을 붙인 채,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 조심히 서 있었다. 호중구 수치가 떨어져 오늘 항암을 못 맞고 돌아가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담당 간호사는 내 눈을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다행히도 치료가 가능한 수치라고 말했다. 종양내과 교수님 역시 반갑게 맞아주셨다. 환자의 상태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그의 기쁨인 듯 느껴졌다.
오전 9시 진료가 끝나자 곧장 항암실로 올라갔다. 오후 1시 전에는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병원 내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고 구토 억제제를 받아 들고 항암실로 향했다. 그러나 순간의 도착 시간 차로 대기 번호는 길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휠체어를 탄 환자, 서류 수레를 미는 직원, 바쁘게 오르는 의료진, 그리고 보호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항암을 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접수를 서두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착 접수기에 병원 바코드를 태그하자 전광판에 15번째 순번이 떴다. 제1주사실, 제2주사실에서는 간호사들이 진료 후 약이 도착한 환자들을 구분하고 있었다. 첫 항암 시작을 알리는 번호 호명이 이어졌다. 시계는 오전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전광판을 바라보며 의자에서 일어났을 때, 복도 쪽에서 갑작스러운 고성이 들렸다. “그게 아니라잖아!” ‘툭!’ 무언가를 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건장한 체격의 40대 중반 남성과, 연한 초록색 모자를 쓴 외소한 여성이 보였다. 여인은 불면 날아갈 듯 마른 몸이었다. 남편이 아내의 모자를 친 소리였다.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 하자, 남편은 날 선 눈빛으로 “손 내려!”라고 소리치며 다시 때릴 듯한 행동을 보였다. 여자는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둘은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는 공포와 위협만이 가득했다. 점점 멀어질수록 욕설은 더 또렷해졌고, 툭,툭 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어깨는 더 깊이 움츠러들었다.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은 환자였다. 함께 온 이는 가족이자 보호자였다. 그런데 내가 본 것은 보호자가 아니라 폭력자였다. 믿기 어려운 장면에 숨이 막혔다. 사람이라면, 아니 최소한 인간이라면 저럴 수는 없다. 병원 복도에서, 죽음과 싸우는 암환자에게 손을 대는 모습은 개보다 못한 짐승처럼 느껴졌다. 곧 제2주사실 입장이 호명되어 자리에 앉았다. 간호사는 환자 확인을 하고 케모포트에 주사 바늘을 꽂았다. “부작용 예방 약부터 들어갈게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겨우 건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그 장면이 계속 맴돌았다. 잠을 유도하는 약이 들어가며 잠시 의식이 흐려졌다.
항암이 끝났다. 새벽 5시 20분, 대중교통을 타고 혼자 병원에 왔다. 어차피 걸어야 할 길, 다리 힘을 기르자는 마음으로 고집을 부렸다. 짐을 챙겨 화장실에 들른 뒤 항암실을 나서는데, 다시 그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그녀가 보였다. 남편은 없었고, 혼자였다. 창백한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담긴 채, 무언가를 찾는 듯 빠르게 지나갔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 정말 가엾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가 너무도 무력했다. 그저 마음속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은, 우주나 신이 도와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한다. 병원 복도에서 맞고 있던 그 환자를 위해.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연약한 환자들을 위해. 환우님, 기도하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