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13. 어떤 반박은 완벽함으로 이끈다.
반박할 줄 알라. 이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옭아매는 좋은 계책이다.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고문 도구다. 심지어 배움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반박하는 것은 좋은 계책이다. 그럴 때 교사는 학생에게 진리의 근거와 진술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열심을 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적절한 반박은 완벽한 가르침 끌어낸다.
지금은 스스로를 향해 반박이 필요한 시기다.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한 달이 흘렀다. 생각은 앞서가고, 행동은 조금 더디다. 병원 일정이 하루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컨디션은 계획을 흔든다. 욕심은 곧바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달력 한쪽에 ‘올해의 중심은 건강’이라는 문장이 크게 적혀 있다. 항암 주사 이후 이어지는 불면의 밤, 낮과 밤의 경계가 흐려진 하루,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반복된다.
출발선 앞에서 멈춰 선 채 꿈틀거리는 중이다.
책을 보면 읽어야 할 것 같고, 문제집을 보면 풀어야 할 것 같다. 안부 전화를 미뤄둔 이름들이 마음에 걸리고, 가족을 더 살뜰히 챙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정리된 집, 길게 걷는 산책, 집중해서 하는 퇴고, 오래 못 본 친구와의 만남까지 하고 싶은 일은 끝이 없다. 몸이 허락할 때 생각이 따라온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하려는 순간, 균형은 무너진다. 조금씩, 천천히 가는 선택이 필요하다.
아파서 못한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세부적인 계획이다. 한 달이 지나도록 손에 쥔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 공허함이 남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아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하루를 건너왔다. 이쯤에서 중심을 다시 잡는다. 거대한 목표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작은 실천을 반복한다. 꼭 해야 할 일, 시간을 두고 해도 되는 일을 나눈다. 하루의 계획은 단순할수록 오래 간다.
되돌아보면 1월은 충분히 잘 버텨낸 시간이다. 가족의 작은 아픔들은 있었지만, 입원 없이 지나왔다. 아픈 사람이 많은 계절 속에서 무사히 건너온 하루하루가 감사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반박할 용기가 필요하다. 멈춘 듯 보이는 자리에서도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일, 그 순간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작아 보여도 충분하다. 오늘의 한 걸음이 내일의 방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