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 대신,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28. 험담하는 사람은 늘 미움을 사기 마련이다


험담하지 말라. 또한, 험담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면 더더욱 안 된다. 이것은 남의 명예를 혜손하는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되려고 다른 사람을 희생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너무 익숙해서, 때로는 가볍게 흘려버리기 쉽다. 하지만 험담은 생각보다 무겁다. 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인 동시에, 그 말을 입에 올린 자신의 품격을 조금씩 깎아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은, 실제로 험담을 하지 않았더라도 ‘험담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말보다 분위기를 기억하고, 진실보다 인상을 오래 간직한다. 한 번 생긴 이미지는 생각보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자연스럽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 욕망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는 방식으로 드러날 때, 그것은 더 이상 재능이 아니라 결핍이 된다. 타인의 실수와 약점을 확대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태도는, 결국 자신 안에 쌓이지 않은 것을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평온할 때는 보이지 않던 태도와 가치관이, 위기의 순간에 또렷해진다.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며 정작 책임에서는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이야깃거리로 소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은 안전한 위치에 서 있으려는 사람이다. 말은 많지만 행동은 없고, 목소리는 크지만 책임은 조용히 사라진다.


아무 말 없이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시선을 돌린다. 침묵은 때로 중립처럼 보이지만, 많은 경우 방관이다. 침묵으로 자신을 지키는 동안, 누군가는 홀로 감당해야 할 무게를 더 짊어진다. 또 어떤 사람은 그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만 집중한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태도가 반복되면 세상은 조금씩 차가워진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사람도 있다. 그 말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 선은 언젠가 자신을 고립시키는 벽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서 완전히 무관한 일은 거의 없다. 오늘의 무관심은 내일의 외로움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종종 현재의 감사함을 잊고 산다. 숨 쉬는 일, 밥을 먹는 일,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일,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일. 너무 당연해서 감사할 줄 모른다. 가족의 소중함도 마찬가지다.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언제든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으로 함부로 대한다.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 가장 늦게 미안해진다.


이웃의 배려와 도움 역시 그렇다. 작은 친절, 사소한 배려는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진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여 하루가 유지된다는 사실은 잘 떠올리지 않는다. 감사함을 모르는 삶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이미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오래 시선을 두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더 좋은 삶은 나중에 있을 거야.” 지금은 잠시 견디는 시간일 뿐이고, 언젠가는 더 나아질 거라고. 물론 희망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말이 지금을 무시하는 핑계가 된다면, 그 미래는 생각보다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더 좋은 삶은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보상이 아니라, 지금의 태도가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험담은 쉬운 선택이다. 순간의 공감과 웃음, 묘한 연대감을 준다. 하지만 그 끝에는 공허함이 남는다. 반대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어렵다. 불편하고, 아프고,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피한다. 남을 이야기하는 동안만큼은 자신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남는 것은 말이 아니라 태도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타인을 깎아내리지 않는 사람, 함부로 말하지 않는 사람, 침묵 속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아도 신뢰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신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진다. 험담하는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자. 말로 누군가를 재단하기 전에, 나의 태도와 선택을 먼저 들여다보자. 지금 내 삶에서 이미 충분히 감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내가 소홀히 대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더 좋은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 하나를 삼키는 선택, 사람 하나를 존중하는 태도, 작은 감사 하나를 알아보는 눈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쌓여, 험담하지 않아도 충분히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첫인상 뒤에 남은 진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