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45. 당신의 견해를 반박해본 적 없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지 말라
때로는 평범함을 벗어나 독특하게 생각하라. 이것은 뛰어난 재능을 드러낸다. 당신의 견해를 한 번도 반박하지 않은 사람을 높게 평가하지 말라. 그런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특히 훌륭한 일에서 단점을 지적받는 것을 명예로 여겨야 한다.
산책길에 출판사 대표의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전화를 하자 바로 받았다. 다섯 달 전 잠깐 통화한 이후 처음이다. 새해 인사도 못 드렸다. 대표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건강을 물었다.
“몸은 좀 어때요?” 병원 지시에 따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호중구 수치가 낮아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약이 얼마나 독한지 몸으로 실시간 체험 중이라고 말했다.
대표는 씩씩한 사람이니 잘 견딜 거라며 위로했다.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다. 주변에도 좋아지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병원만 다니는 일이 전부라고 하자, 중간중간 작은 성취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병이 생긴 이유는 남이 정확히 알 수 없다. 생활 패턴이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결국 루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기도를 한다.
“주님, 새로운 하루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지혜와 평안 속에서 살게 하소서.”
대표는 식단과 생활 습관을 점검해 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뜨끔했다. 식단에는 자신이 없다. 아이스크림, 빵, 떡볶이를 좋아한다. 라면 냄새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피곤하면 쉬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합리화한다. 한 번 먹으면 남는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 다시 데워 먹는다. 두세 번 반복한다. 식단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아프다’는 사실에 몰입한 나머지 다른 건강 관리 방법을 놓치고 있었다.
대표는 걱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걱정한다고 해결됩니까?” 아니라고 답했다. “문제가 눈앞에 나타날 때 해결하면 됩니다.” 걱정과 문제는 다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붙잡고 사는 습관이 문제라는 뜻이다. 그런 시간에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요가도 좋지만 유산소 운동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몸이 힘들면 깊은 호흡을 반복하는 연습도 좋다고 말했다. 괄약근 운동도 추천했다.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표는 오랫동안 격투기, 등산, 걷기를 꾸준히 해 왔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단기 기억력이 떨어져 영어 공부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공부를 계속한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도 알려 주었다. 공부와 운동, 걱정을 미루는 습관. 이런 삶의 태도가 건강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는 자연 치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병원을 무조건 맹신하지 말라고 했다. 내 몸을 가장 오래 돌보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다. 항암 치료도 예외는 아니다. 몸에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부담도 준다. 항암은 몸에 일정 부분 나쁜 영향도 남긴다. 그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이 깊어졌다. 부작용이 당연하다는 설명만 듣고 치료를 받아왔다. 어느 순간 아주 작은 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 도움을 받되 삶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치료 과정이 나에게 맞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칠십의 나이에도 자기 관리를 철저히 이어가는 대표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내 몸과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생각과 환경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단순히 살아간다고 해서 잘 살아가는 삶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생각할 때 비로소 균형이 생긴다. 암 치료 일정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부작용도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지치는지 잊기 쉽다. 그래서 한 번 더 질문해야 한다. 지금 무엇을 계속해야 하는가. 무엇을 멈춰야 하는가. 치료 방향 역시 언젠가 스스로 판단해야 할 순간이 온다. 그때 필요한 태도는 하나다.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반박해 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