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53.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높게 평가하는 법이다.
남들에게 너무 쉽게 파악되는 사람이 되지 말자. 대부분은 자신이 이해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떠받든다. 많은 사람에게 누군가를 칭찬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제대로 이유를 대지 못한다. 왜일까? 그들은 모든 숨겨진 점을 신비하게 여겨 높게 평가하고, 다른 사람이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덩달아 칭찬하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있는 날, 강의실 안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 20대, 30대, 50대, 60대까지. 60대 학생 중에는 유치원 원장으로 일하다가 공부를 시작한 분들도 있다. 정장을 단정하게 입고 들어오는 모습에서 삶의 경험이 묻어난다.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진다. 서로 아는 사람들도 있는지, 강의실에서 그분들의 목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들린다.
두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다. 30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는다. 20분 뒤에는 조별 토의와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가정과 사회에서 충분히 삶을 살아온 흔적이 얼굴에 담겨 있다. 교수님은 다섯 명씩 조를 나누었다. 나는 3조가 되었다. 조원은 60대 초반 남성 한 분, 60대 초반 여성 한 분, 70대 초반 여성 한 분, 그리고 50대 중반 두 분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토의에 집중했다. 강의 중 질문이 많았던 70대 초반의 여학생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잡았다. “돌아가면서 1번 내용부터 각자 이야기해 보시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따랐다. 각자의 생각을 말한 뒤 교수님의 말씀이 들렸다. “발표자를 정해 주세요.” 자연스럽게 시선이 70대 학생에게 모였다. 그도 싫지 않은 눈치였다. “말씀하신 내용 정리해 볼게요.”
그는 이면지에 쓱쓱 적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기억하고 정리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나에게는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토의 시간은 금세 끝났다. 조별 발표가 시작이다.
1조에서는 20대의 긴 머리 여학생이 일어나 발표했다. “저희 조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사회보장제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박또박 발표를 잘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론, 본론, 결론이 분명한 발표였다. 조원들의 의견을 잘 모아 정리한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3조 차례가 왔다. 우리 조의 발표자는 조원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설명하려 애썼다. 앉아 있는 조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따라갔다.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조원 네 분은 찬성이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잠시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는 이유를 이렇게 덧붙였다.
“완전한 복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예수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함께 공부하다 보면 더 다양한 생각을 듣게 될 것 같다. 우리 조의 다른 세 사람도 분명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믿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이해해 왔는지 궁금해진다.
강의실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나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지금은 그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