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사고와 엄마의 말 한마디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54. 하늘에서 오는 일에는 인내하고,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지혜로우라.

아무리 작은 불행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뿐 아니라 불행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번 미끄러지는 건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이것이 어디에서 멈출지 모르는 치명적인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복도 완성될 수 없듯, 어떤 불행도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를 내고 온 아들은 하루가 지나서야 말한다. 어두운데 좁은 곳에 주차해야 했다. 옆에 주차해 놓은 차를 신경 쓰다가 연석에 부딪쳐 차 앞쪽이 부서졌다고 말한다.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도 침착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래,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감사하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또 감사하자. 더 큰 사고가 아니었으니 감사하자.’라고 순간 생각을 정리했다.


걱정스럽게 이야기하는 아들에게 “안 다쳤으니 다행이다. 나중에 한 번 확인해 볼게.”라고 말했다. 5~6개월 운전하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라고 느끼게 된다. 경험상 그랬다. 나 또한 주차하면서 다른 차를 부딪치고, 가만히 있는 간판을 부서뜨린 적도 있다. 신호를 잘못 봐서 역주행했던 일도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센터에 가서 수리해야 하냐는 질문에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가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날따라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 그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데, 아들은 습관처럼 들었을 것이다. 사람의 말은 어떤 말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중요하다. 한 번 더 조심하고자 했다면 더 신중하게 운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가끔 친정엄마는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그 말도 습관처럼 들린다. 크게 마음의 변화가 없다. 먹고 싶은 대로 먹는 내 모습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 그저 그런 게 엄마 마음인가. 그렇지만 억지로 많이 먹을 수는 없다. 친정엄마의 이론은 정확하다. 어지러움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엄마의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잊지 않도록, 그 말의 깊이와 사랑을 미처 느끼지 못한 딸이었다.


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친구도, 또 다른 가족도 “운전 조심해라”, “밥 잘 먹어라” 수시로 말해 주지 않는다. 소중한 가족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나를, 아들을 보호하는 생명의 말이다.


특히 약한 사람의 말은 힘없게 느껴지지만, 당사자는 에너지를 쏟으며 생각하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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