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창문 너머의 희망

by 또 다른세상

창밖 작은 틈 사이로 초록빛 나무와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눈을 가만히 맞추면 진달래, 벚꽃, 복숭아꽃, 앵두꽃, 그리고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창문 안, 병실에는 여섯 명의 환자가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누워 있습니다. 모자를 얼굴까지 눌러쓴 칠십 대 어르신 곁으로 요란한 전화벨이 울립니다. 한참을 코 골며 주무시다 뒤늦게 큰소리로 전화를 받으십니다.


맞은편 육십 대 어르신은 옷을 덮고 눈을 감은 채, 항암 주삿바늘을 꽂는 간호사에게 호통을 칩니다. "집에 가면 팔이 부어 숟가락도 못 드니 제대로 하라"는 그 서슬 퍼런 목소리엔 삶에 대한 간절함이 배어 있습니다. 그 옆 여자 어르신은 항암 중에도 꿋꿋이 김밥과 음료를 드십니다. "일단 먹고 봐야지" 하는 그 마음, 참 건강하고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그 곁에 제가 있습니다. 진통제 기운에 취해 두 시간 남짓 깊은 잠에 빠졌나 봅니다. 친구와 카톡을 하다 잠들었는데, 깨어나자마자 습관처럼 다시 휴대폰을 듭니다. 주식이 계속 떨어진다는 무심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때 항암제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간호사가 달려옵니다. 삼십 분만 쉬었다가 다시 항암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창가 작은 틈새 너머, 저 산속에는 봄꽃 소식을 전하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득할 것입니다. 비록 이곳까지 그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마음을 다해 들어보려 합니다.


새들이 전하는 희망의 소식이 여기 창문 안,

항암이라는 이름으로 견뎌내는 우리에게도 닿기를 간절히 믿습니다.


다시 간호사가 다가옵니다. 이어지는 항암의 시간, 이 고통 또한 내일을 향한 희망이라 믿으며 다시 몸을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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