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유독 숨통이 트이는 날이다. 온 식구 네 사람이 한 지붕 아래 머무는 귀한 날이기도 하다. 늘 자리를 지키는 여든일곱의 노모와 대학생 큰아들, 그리고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둘째까지. 들뜬 마음에 점심을 같이 먹을지, 근사한 저녁을 차릴지 혼자 몇 번이고 계획을 고쳐 세운다. 아침 식사가 끝났건만 방 안에는 여전히 뒤척이는 소리만 낮게 깔린다.
밀린 빨래를 챙기려 문을 두드리니, 큰아들이 툭 던진다. “시간 되면 동생이랑 소고기나 먹으러 가요.” 반가운 마음도 잠시, 이내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말끝을 흐린다. 둘째도 다르지 않다. 저녁 일정을 묻는 질문 앞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미 잡힌 약속을 꺼내 놓는다.
컨디션이 제법 괜찮은 월요일이라 이 하루가 더 간절했는지 모른다. 화요일에 항암 치료를 받고 나면 수요일부터는 며칠간 꼼박 침대 신세를 져야 하니까.
결국 함께하는 식사는 없던 일이 되었지만, 병원에 같이 가주겠다던 둘째의 그 한마디는 마음 깊은 곳에 닻을 내린다. 설령 이루어지지 못할 약속이라 해도 그 예쁜 마음만으로 이미 충분히 고맙다.
밤이 깊어도 아이들은 돌아올 줄 모른다. 창밖은 조용한 봄비 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서운함과 걱정이 밀물과 썰물처럼 번갈아 밀려와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자정이 넘어 들려오는 아이들의 낮은 웃음소리에 그제야 안도하며, 차마 일어나지 못한 채 깊은 잠 속으로 침잠한다.
새벽 네 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떠 거실로 나선다. 식탁 아래 툭 떨어진 종이봉투와 그 곁에 가지런히 놓인 책 세 권이 시야에 들어온다. 늦은 밤, 우산도 없이 빗속을 뚫고 품에 소중히 안고 왔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이들에겐 그것이 서툰 사랑을 건네는 그들만의 투박한 방식이었으리라.
노모의 아침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서두른다. 분주한 손길 속에서도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하다. 비록 함께 둘러앉은 저녁 식탁은 비었을지언정,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치열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삶은 때로 홀로 견뎌내는 일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거울을 통해 배운다.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관계가 비로소 마음 편하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엄마로, 평범한 딸로 서로를 인정하며 지내는 한, 더 이상 아픈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꺼이 건강한 사람이라 믿으며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