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전 Word 084 : 정수기

by 또 다른세상

정수기는 안도이자 삶의 연장이다. 그 앞에 서면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다. 목이 마를수록 그 존재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맑은 물로 갈증을 달래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작지만 확실한 위로가 된다.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 곁에는 ‘정수기 같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잠시라도 막혔던 숨을 트이게 하고, 메말랐던 마음에 시원한 숨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한순간을 맑고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누군가의 하루 속에서, 잠시 목을 축일 수 있는 맑은 물처럼 조용히 곁에 머무는 사람으로 오늘은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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