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06. 필요한 존재가 되는 법
완성된 사람. 완성된 모습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재능과 능력이 탁월해지는 완성된 정점에 이를 때까지 날마다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완성된 사람은 고상한 취향과 정련된 재능. 성숙한 판단. 분명한 의지를 통해 드러난다.
006. 필요한 존재가 되는 법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 화려하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결국 가장 오래 필요하다.
오늘은 친정엄마의 86번째 생신이다. 주말에 대부분 가족들이 다녀갔다. 당일에 오기엔 불편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 6시, 하나뿐인 아들이 집에 들어섰다. 사실, 아들이라기보다 남편이자, 엄마가 살아가는 이유, 어쩌면 인생의 전부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는 며느리가 끓여준 미역국을 조심스레 들고 왔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지만, 엄마 드시라고 하네요.”
툭 내뱉듯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마음은 충분히 담겨 있다.
엄마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완벽히 마치고 있었다. 새벽부터 병원 검사가 잡혀 있던 날이었다. 나도 함께 가면 좋았겠지만, 무릎 통증이 다시 심해져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휠체어에 엄마를 앉히고, 신발을 신겨드렸다. 미안한 마음으로 “잘 다녀오세요”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혼자 집에 남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의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오빠는 나와 엄마를 번갈아 가며 병원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갈 때도 있고, 한 번일 때도 있다. 엄마가 걸을 수만 있다면 혼자 가는 게 마음이 편하겠지만, 요즘은 발 부종이 심해져 걷기도, 균형을 잡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을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결국 오빠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늘 큰 빚을 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오빠는 내가 부담 느낄까봐 늘 괜찮다고 말한다.
“일이 중요한 게 아니야. 아픈 사람이 치료를 잘 받는 게 먼저지.”
그 말에 위안을 얻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건강해지면 꼭 갚자. 정말 꼭 갚자.
오전 10시 30분, 현관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검사 결과가 좋은 듯했다. 간단하게 생일상을 차리고 식사를 하며 물어봤다. 엄마는 혈액검사도, 촬영 결과도 다 괜찮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다.
엄마는 딸과 며느리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는 농협에 가야겠다고 하셨다.
“죽기 전에 통장 정리를 해두고 싶어.”
얼마 안 되는 돈이라며, 큰언니와 오빠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오빠와 외출하셨다. 이번엔 휠체어를 타고 가기엔 조금 먼 거리였다.
가는 길에 엄마는 “정형외과 가서 무릎주사도 맞을 수 있을까?”라고 물으셨고, 오빠는 “원장님 계신지 알아보자”고 했다. 다행히 엄마를 잘 봐주시는 원장님이 계신 날이었다.
농협을 다녀온 후, 엄마는 피곤해 잠시 고민하셨지만, 간식을 조금 드시고는 “오빠 있을 때 다녀와야지” 하시곤 외출을 결심하셨다. 다시 신분증을 챙기고 외투를 입고, 오늘 세 번째 외출이다.
두 시간 반이 지나도 오지 않으셨다. 예약 없이 가셨으니 오래 기다리는 듯했다. 나 역시 체기가 있어 명치가 꽉 막힌 기분이었다. 생신이라 외식을 하자고 했던 약속은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오후 네 시 반, 두 분이 들어오셨다.
“무릎 주사 다섯 대 맞고 왔다~”
엄마가 현관문을 열기도 전부터 자랑처럼 이야기하셨다.
“원장님이 꼭 고쳐주신다고 했어. 하나도 안 아팠어.”
오빠도 “잘 다녀왔다”며 엄마와 함께 웃으셨다.
엄마의 생신날, 오빠와 함께 병원 투어와 농협 통장 정리를 원없이 하신 하루.
큰일을 해내신 날이다.
그리고 오빠는 그 긴 하루 동안 묵묵히 동행하며,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을 드렸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되는 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