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08.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일을 그르친다.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은 가장 고귀한 정신을 얻는다. 그런 우월한 경지에 이르면 제멋대로 하는 저속한 감정들에 메이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감정을 다스리는 것보다 더 큰 지배는 없고, 그럴 때 자유의지가 승리한다. 따라서 정념에 사로잡힐 때는 일을 맡지 말라. 특히 높은 지위에 있다면 더 그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문제를 피하고 평판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냉철한 머리를 가져야 한다. 착하고 순수한 마음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상처받고, 결국 그 자리를 내려오게 된다.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상대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이끌려 시작하지만, 그 감정이 언제까지나 유지되지는 않는다. 친구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그 친구는 짧은 연애 끝에 결혼했다. 사랑했고, 아이가 생기자 기뻤다. 하지만 생활력이 부족한 남편은 점점 친구를 지치게 만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참으며 살아왔다. 어린 딸을 위해서였다. 한부모가정이라는 이유로 아이가 놀림받을까 걱정되었고, 그래서 이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분유, 기저귀, 예방접종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가난했다. 남편은 일을 하지 않았고, 친구는 생계를 위해 일했다. 그러다 20년이 흘렀다.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다 폭력을 당하기도 했고, 술에 취한 남편을 피해 딸을 안고 집을 나갔다가 새벽에 몰래 들어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친구는 ‘미운 정도 정’이라며 가정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점점 빚이 쌓여갔고, 친구는 남편이 벌어오는 돈보다 더 많은 빚을 떠안았다. 결국 딸이 “이혼하라”고 권했고, 친구는 이혼을 결심했다. 소송을 준비하던 중, 어느 날 술에 취해 돌아온 남편을 피해 집을 나갔다가 조용해진 후 돌아와 보니, 남편은 화장실에 쓰러져 숨져 있었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친구는 당황했고, 장례를 치른 후에야 자신이 빚더미에 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 빚을 모두 갚는 데 4년이 걸렸다. 본인 명의의 재산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지금은 동생 집에 얹혀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그래도 남의 돈은 다 갚았으니, 나는 행복해.”
그 후 친구는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죽을 준비를 해야 할지, 살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는 눈물이 났다. 그래도 친구는 살아보기 위해 열심히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이혼녀라는 낙인, 한부모가정이라는 시선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용기였을 것이다. 감정과 책임 사이에서 자신을 돌보는 결정을 했더라면,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