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운보다 미덕을 사랑하라.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10. 운보다 미덕을 사랑하라.

행운과 명성. 행운은 불안정하지만, 명성은 안정적이다. 전자는 현세를 위한 것이고, 후자는 후세를 위한 것이다. 전자는 질투와 맛서고, 후자는 망각과 맞선다. 행운은 소망하는 것이고 때로는 도움으로도 얻을 수 있지만, 명성은 노력으로 얻어진다. 명성에 대한 욕구는 미적에서 나온다. 명성은 거인들의 여동생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명성은 늘 혐오스러운 괴물이나 칭찬받는 신동 쪽으로 양극단을 걷는다.


미각을 잃고 나니, 식사 시간이 오히려 고민이 된다. 뭘 먹을까, 뭘 먹어야 할까. 결국 며칠째 냉동실에 있는 만두만 꺼내 쪄 먹었다. 반찬도 필요 없다. 단맛도, 짠맛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이런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먹으라고들 한다. 혹시 이건 맛이 느껴질까 싶어 과자도 사보고, 빵도 떡도 사서 한입씩 먹어보지만 역시나 제맛은 아니다.


그래도 시장 골목을 지날 때면 이것저것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입맛은 없지만 기억 속의 맛이 욕심을 부리게 한다. 그렇게 샀던 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날도 많다.


칼국수집 앞을 지나는데, 부드러운 면발의 식감이 문득 떠오른다. 구수한 바지락 칼국수가 간절하다. 시장 끝자락에 맛집이 있다. 오늘은 좀 먹을 수 있으려나 싶어 기웃거렸는데, 오늘따라 줄이 더 길다. 결국 포기했다. 다른 집을 찾아봤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다. 군침을 삼키며 돌아서려는데, 멀리 ‘멸치국수’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거기라도 가보자.


막상 도착했더니 문이 닫혀 있다. 식사시간에 따끈한 국수 한 그릇 먹는 일이 이렇게 부럽고 아득한 일이 되다니, 참 신기하다.


KakaoTalk_20250518_230715572.jpg

오랜만에 동네 공원에 갔다. 맨발 걷기가 좋다고 해서 조성된 구간으로 향했다. 양말을 벗고 막 걸으려는 찰나,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얼른 신발을 신고 화장실 쪽으로 올라갔다. 요즘 내 몸은 예측이 안 된다. 갑작스럽게 이상 반응이 나타나니, 어디 멀리 가는 것도 어렵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교회 홍보활동도 한창이다. 물티슈를 나눠주는 분도, 과자를 건네는 분도 계셨다. 두 분씩 짝을 지어 열심히 다닌다. 계속해서 그분들과 마주친다. 내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으니, 괜히 나에게는 안 주시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보통의 사명감으론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엔 자연스레 존경심이 생긴다.


집으로 향하는 길, 신호등 앞에서도 그 두 분과 다시 마주쳤다. 앞서 걷던 어떤 분이 물티슈를 건네받지 않으려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나는 그 뒤를 천천히 걷는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무릎이 시큰거린다. 신호를 기다렸다가 건넜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던 찰나, 앞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가보니, 교회 홍보를 하던 중년의 여자분이 길에 주저앉아 있었다. 주변에 몇몇 사람들이 멈춰 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듯했다. 다친 걸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나가다 뒤돌아보았다. 아직도 앉아 있다.


‘어떡하지?’ 생각만 맴돌았다. 발걸음은 멈추지 못했다. 몇 걸음 더 가다가 다시 돌아보니, 다행히도 힘겹게 일어서고 있었다. 참 다행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09. 결점을 고칠 수 없다면, 숨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