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09. 결점을 고칠 수 없다면, 숨겨라.
자기 민족의 결점을 숨겨라. 수질은 물이 지나가는 지층의 질이 좋고 나쁨에 달려 있고, 사람은 태어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서 인생곡선을 그려본 적이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까.
나는 20대까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다 취업했다. 특별히 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은 아니었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선생님이 책을 읽으라고 시키면 목소리가 떨렸고, 더듬거리며 읽곤 했다. 질문은 해본 적도 없고, 발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내가 회사에서는 판매직으로 일했다. 상품을 공부하고, 고객에게 설명하고 안내했다. 친절한 직원에게는 해외 연수 같은 좋은 기회도 주어졌다. 나도 몇 차례 그런 기회를 얻었다. 근무 연차가 쌓이자 후배들 앞에서 교육도 하게 되었다.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내면은 여전히 소심했지만, 외부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핵심인재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받았고, 30분 동안 점포 운영에 대해 발표할 기회도 있었다. 다섯 명의 상사가 평가하는 자리였다. 평가가 붙자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가, 말을 더듬었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본래의 내향적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바보처럼 느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스피치 학원, 컴퓨터 학원, 어학 학원 등 다양한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대, 40대를 지나며 한 계단씩 올라섰다.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체력도 왕성했고, 그 에너지를 가정과 직장에 모두 쏟았다. 그때의 인생곡선은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40대 중반 이후, 몸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골골대는 일상이 계속되었고,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힘든 삶을 글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비록 인생곡선은 내려갔지만,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인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평안하길 바란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 삶’이라 부를 틈도 없이 살아왔다. 결점을 고칠 시간도, 숨길 여유도 없이 지나왔다. 그런 내가 이제야 자신을 돌아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그 글자들 속에 내 삶의 선명한 발자국이 새겨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처럼 왕성한 힘은 없지만, 펜으로 그 힘을 만들어보려 한다. 글로 내 삶을 표현하며 사는 것, 그것 자체가 내게는 큰 의미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나의 결점을 고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려 한다. 지난 삶을 멋지게 회고하도록, 내 경험과 깨달음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