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천재도 최선을 다한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12. 천재도 최선을 다한다.

자연과 기술은 재료와 작품의 관계와 같다. 아름다움은 뭔가의 도움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완벽함도 적절한 기교가 없으면 야만성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단련하지 않으면 모든 완벽함은 절반으로 준다. 모든 사람은 기교가 없으면 거칠어 보이므로 모든 종류의 완벽함에 이르려면 연마가 필요하다.


과제 제출 시즌이 돌아왔다. 과목마다 한글 워드나 PPT로 과제를 작성해 메일로 보내거나, 직접 발표를 하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과목들 앞에서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끔은 버겁게 다가온다. 요즘은 몸 상태 때문에 학교도 자주 가지 못한다. 어쩌다 등교한 날엔 친구들이 요점 정리를 해주고 과제 관련 정보를 나눠준다. 그 마음이 고맙고, 따뜻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컨디션이 괜찮을 때를 기다렸다가 책상 앞에 앉는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를 해본다. 글자 포인트나 매수 같은 형식이 정해져 있다 보니 핵심을 요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렵지만,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정리가 되어간다.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글 워드나 PPT 파일을 만들어본다. 3~4년 전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원장님과 재미있게 공부했던 시간들이 요즘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능을 전부 기억하진 못해도, 필요한 만큼은 잘 써먹고 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스스로에게 말하고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려던 순간, 문득 형식을 다시 확인해본다. 아뿔싸. 한글 워드로 제출해야 할 과제를 PPT로 만들었고, 그 반대의 실수도 있었다. 여섯 과목 중 네 과목이 요구된 형식과 달랐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만든 작업들인데, 다시 해야 한다니.


3~4시간을 꼼짝 않고 집중한 다리는 퉁퉁 부어 일어나기도 힘들다. 눈도, 머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억울한 마음이 잠깐 스친다. 그래도 다시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간이 더 걸리긴 하겠지만,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하나 더 생겼다. 좀 더 예쁘게 다듬을 수 있고, 한번 더 읽어볼 수 있다.


sticker sticker

이런 시행착오의 과정은 교수님께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 자신은 알고 있다. 나는 오늘 조금 더 성장했다. 아무도 모를, 나만 아는 실수가 또 다른 나음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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