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의도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게 하라.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13. 의도가 한눈에 파악되지 않게 하라.

때로는 두 번째 의도대로, 때로는 첫 번째 의도대로 행동하라. 인간의 삶은 인간의 교활함과 맞서 싸우는 한 편의 전쟁이다. 그리고 교활함은 의도라는 전략을 갖고 싸운다. 사람들은 절대 드러낸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데, 이는 물론 현혹하기 위해서다. 능숙하게 넌드시 속이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끌고 가며, 늘 감쪽같이 숨기려고 한다. 즉, 첫 번째 의도는 지나치고, 두 번째나 세 번째 의도까지 기다린다. 교활함은 자기 속임수가 들통나면, 더 위장하고 진실 자체까지 속이려고 한다. 즉, 계략을 바꾸기 위해 경기를 바꾸고, 계략을 쓰지 않는 척하면서 속이고, 가장 순진한 척하며 간계를 만든다. 그렇지만 지성은 관찰은 통해 그 속임수를 꿰뚫고 빛에 가려진 어둠을 발견한다.


언젠가의 사인회


유명 작가의 사인회를 연 적이 있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독자들 사이에서 그 작가 이야기가 종종 오르내렸고, 책 옆에 붙은 메모지들엔 사인을 받고 싶다는 글귀도 보였다.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출판사는 경험이 없다고 했다. 서점쪽에서 디자인 업체 연락처를 찾고, 일정에 맞춰 홍보물을 맡겼다. 시간이 빠듯했지만, 다행히 필요한 건 다 나왔다. 사인회 당일은 오후 출근이라 동료에게 일부 준비를 부탁했다. 그날은 학교 행사로 아침에 일찍 움직이기 어려웠다.


11시 사인회를 앞두고 10시 반부터 전화가 울렸다. 독자 참여가 저조하다는 연락, 직원들에게 쏟아진 불만. 여러 상황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미안했고, 누군가는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마음인지는 짐작만 할 뿐.


사인회는 요즘 예전 같지 않다. 백 명이 모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방에서 일부러 올라온 독자도 있었다. 저자는 그날 말을 아꼈고, 진료 때 설명하겠다고만 했다. 사전에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했었지만, 그 다짐이 마음까지 닿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모녀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남기고 갔다. 대표는 잠시 맡아 달라고 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몇 번이고 전화를 했지만, 끝내 폐기해도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선물이 담긴 종이봉투는 여전히 그대로다.


직원들은 이따금 고개를 저었다. 요즘엔 그 이유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얼마 전, 책이 뒤쪽에 있어 보이질 않는다는 전화가 왔다. 광고 배치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나는 현재 휴직 중이었다. 다만, 담당자에게 연결은 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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