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현명한 방법은 본질 못지않게 중요하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14. 현명한 방법은 본질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체와 방식. 본질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나쁜 방식은 몬든 것. 심지어 정의와 이성까지도 망친다. 좋은 방식은 모든 것을 보완한다. 즉, 부정을 긍정으로 가려주고, 진실을 달게 만들며, 노인이라도 젊게 보이게 한다. 일에서도 방식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좋은 방식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얻는다. 좋은 행동은 삶의 장식이고, 무엇보다도 좋은 결말을 약속한다.



새벽 6시 병원 출발

오전 10시 30분 외래진료~

“응급실에 왔었네요.”

의사가 말했다.

“왜 왔었나요?”

의사는 다시 물었다.

“의식을 잃고 두 번 쓰러졌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는 항암제를 조금 줄이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슴 통증, 무릎 상처, 호흡곤란, 손발 저림과 통증, 검은색 대변, 거동의 어려움까지.

그는 내 말이 끝나자 “위내시경 예약해둘게요. 검사하고, 항암할 때 보죠.”라고 했다.

그뿐이었다.

피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어디가 아픈지, 왜 그런지 묻지도 않았다.

왜 기립성 저혈압이 생겼는지, 60만 원을 들여 맞은 백혈구 주사 효과는 왜 없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묻지 못했다.

환자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고, 알고 싶은게 없다고 느껴지게 했다.

다음 환자가 불렸다.

그렇게 나는 진료실에서 나왔다.

영양주사와 진단서를 부탁하려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밖에서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건 진료받을 때 말씀하셨어야죠.”

툭 내뱉듯이 말했다.

다시 담당 간호사에게 문의했다.

“밖에서 기다리세요.”

대기 화면을 한참이나 들여다봤지만 내 이름은 올라오지 않았다.

‘진료 지연 40분’이라는 표시만 무심히 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담당 간호사에게 물었다.

영양주사는 상담이 필요한 것이라 오늘은 어렵고,

진단서는 바빠서 발급이 안 되니 다음 진료 때 다시 얘기하란다.

나는 결제를 마치고, 보호자가 대신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때 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환자의 편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구가 허탈하게 느껴졌다.

환자와 의사의 마음, 행동은 다르다.

새벽부터 피검사를 하러 부지런히 왔건만,

나는 병원 안에서 무엇이었을까.

질문만이 남는다.

답답한 마음에 삼중음성 유방암 환우 카페를 들여다봤다.

한 환우가 전원 병원을 고민하며 물었다.

“어느 병원이 좋을까요?”

그가 1순위로 꼽은 병원이, 지금 내가 있는 그곳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 의사는 정말 지금이 최선일까?

환자는 어떻게 해야 몸과 마음을 덜 다치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까.

긴 투병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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