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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Feb 22. 2021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유튜브, 정말 어렵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맞아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라고 한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면대면 만남이 특히 더 어려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SNS상에 올린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인분께서 SNS 활용을 추천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땅을 사서 집을 지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상에 집을 짓는 시대야.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영상을 올리는 것은 너만의 집을 짓는 거야."


난 SNS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애쓰는 편이지만, 그 말이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이제는 지식/콘텐츠 소비자에서 더 나아가 지식/콘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이 될 필요도 있다는 데 동의한다.


올해 들어, 자궁경 수술과 시험관 시술로 유튜브는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감사하게도 냉동배아가 나와서 자궁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나 또한 자유시간을 좀 더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자유 시간이 생기자 여러 가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학자로서 교수의 꿈을 안고 자신의 분야를 더욱 심도 있게 개척해 가는 지인, 유튜브 1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가진 지인, 책을 출판한 지인 등 여러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오랜만에 들어간 SNS에서 고등학교 동창들의 근황을 살펴보며 부러운 마음이 더 불쑥불쑥 올라왔다.


"엄마, 나 지금 열심히 살고 있을까?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너 지금도 얼마나 감사할 게 많은데. 너한테 부족한 것을 가진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께서 네게 주신 귀한 것들을 살펴봐."


엄마 말씀이 맞았다. 동의했다. 그래도 이성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불안에 마음이 요동치다가 1시간 정도 지나니 평온해졌다. 보통은 반나절은 갔는데, 생각보다 빨리 평정심을 찾았다. 그 이유는,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인 듯하다. 요즘 내 최우선 순위의 과제는 '임신'이므로, 마음을 평온하게 해야 한다.


어쨌든, 배아 이식을 바로 하지 않으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유튜브 창작욕구도 막 올라왔다. 밤 8시부터 유튜브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영어공부 방법 중 쉐도잉(shadowing)에 관한 영상이었다. RISS에서 관련 논문을 읽어본 후,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것을 바탕으로 영화 inside-out 트레일러 영상을 가지고 쉐도잉 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쉐도잉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엄마의 도움도 받았다. (고마운 엄마, 늘 감사해요.)


그렇게 영상을 6~7개 정도 찍고, 편집을 시작했다. 동생이 영상에서는 무조건 한 말을 자막 처리해야 한다고 해서 자막도 넣는데, 어찌 이리 힘든지. 일일이 자막을 넣는 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거기에 배경음악을 넣고, 화면 전환 효과, 스티커 등등 이것저것을 작업하려니 눈이 빠질 듯 힘들었다. '이거 완전 막노동이구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엄마는 주무시다가 오셔서

"너, 얼른 자라. 니가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얼굴과 눈에서 빛이 난다. 안 그랬으면 '엄마~피곤해요. 얼른 자요.' 하고 있었을 텐데."라고 말씀하셨다.


유튜브 편집 작업은 솔직히 재미있었다. 누군가 볼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썸네일을 제작해서 유튜브를 올리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어떡하지? 눈이 똘망똘망, 잠이 안 온다. 교감신경이 과부하가 걸렸나 보다. '사람들이 볼까? 조회수가 얼마가 나올까? 혹시 자고 일어났는데 구독자가 확 늘어나 있으면 어떨까?' 별로 개연성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니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이런, 얼른 자야 하는데. 옆에서 주무시는 엄마가 깰까 봐 조심스레 다시 잠을 청한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늦게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확인한 것은, 유튜브 조회수. '혹시나?'는 '역시나!'이다. 뭐, 조회수가 높이 오른 것도 아니고, '좋아요' 수가 올라간 것도 아니다. 나 혼자 김칫국 먹으며 잠만 설쳤다. 다른 사람들은 알까? 내 마음을. 이렇게 혼자 설레발치고, 혼자 실망하는 내 마음을 말이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고, 어렵게 콘텐츠를 만들어도 구독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걸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이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것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우선 취미로만 하려고 하는데,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커 마음을 토닥이기가 조금 어렵다. 그래도 힘내야지! 오늘은 마음을 비우고 잠을 잘 자길 바래본다.


p.s. 제가 만든 유튜브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8xEHeZKZ2w&t=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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