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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Feb 24. 2021

내 마음속 내면 아이에게

고마워, 고생 많았어.

슈퍼에고가 너무 강하다. 늘 나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엄격한 부모가 마음속에 있어, 늘 내면 아이를 가르치고 혼냈다.


"너, 그러면 안돼!"

"다른 사람과 너 자신을 비교하면 안 되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해보자."

"시험관 시술, 계속 잘해야지."


내 마음 깊은 곳을 공감하지 않고 바로 '가르치기' 모드로 전환을 했기에, 내 마음속 감정과 충분히 머물지 못하고 있었다. 난임으로 너무 마음이 힘들던 중,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내 마음에 공감을 안 하고 바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환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충분이 마음속 내면 아이에게 공감을 해 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오늘은 내 내면 아이에게 편지도 써 주고, 작은 선물도 해 주고자 한다.



내 마음속 아이에게


안녕? 난 너와 함께 자라왔고, 너와 항상 함께 있었던 나야.

요즘 시험관 시술 때문에 많이 힘들지? 하루에 주사도 7대 맞아야 할 때도 있고, 주사를 맞다가 배에 멍이 들기도 하잖아. 난자 채취 후 몸이 많이 부대껴서 이틀 연속 잠도 못 자고 계속 앓았고, 지금은 입술에 염증도 생겼네. 정말 고생 많았어. 그런데, 어제 병원에 갔더니 다음 회기에 또 난자 채취를 해야 한다는 말에 마음이 많이 어려웠지?


다른 사람들은 난임 휴직이라 쉼의 시간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험관 시술 과정 정말 어렵다는 것 알아. 그리고 그런 네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많지 않아서 많이 답답했을 것 같아. 그래도 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어 줘서, 정말 고마워.


요즘은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나. 어린 시절 상처도 문득문득 올라올 때도 있고. 특히, 요즘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속상함이 큰 것 같아.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속상해할 때면, 내가 그 마음에 충분히 머물러 주지 못하고 자꾸 생각을 전환하려 하고, 널 가르치려고 해서 미안해.


불면증으로 잠도 설치는 데 내가 보살펴주지 못해 미안해. 밤에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발도 만져주고, 따뜻한 물에 족욕도 해 줄게. 우유도 데워서 줄 테니,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내렴.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고. 좋은 이야기도 들려줄 테니, 좋은 꿈 꾸며 편안하게 자길 바래.


그동안 네 마음에 충분히 공감해 주지 못하고, 자꾸 가르치려고 들어서 미안해. 네 편이 되어 주어야 했는데, 오히려 타인처럼 널 질책했던 것도 미안해. 사랑에 서툴러서 널 아프게 했던 것 같아. 이제는, 내가 좀 더 좋은 친구가 되어 네 이야기를 들어주고 네 마음을 깊이 공감해줄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애써줘서 고마워. 힘든 시간들을 잘 버텨줘서 고마워.

내가 이젠 더 날 품어주고, 사랑해줄게.


너의 좋은 친구,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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