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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Mar 04. 2021

유튜브와 주식의 공통점

유튜브는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고 주식은 돈을 갈아 넣는다

주식으로 인한 갈등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다. 그 해, 8월 즈음에 남편이 주식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나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주식을 할 경우 위험부담도 있거니와, 남편이 주식 가격에 마음을 쓰며 시간을 빼앗길까 봐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이 사고 싶었던 주식이 가격이 치솟았다. 남편은 "그때, 당신이 주식 사는 것 허락해 줬으면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꼭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나 때문에 놓친 것 같다는 숨은 말뜻에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 한번 더 남편이 주식이 하고 싶다길래, 하라고 했다. 1년 동안 우리가 모은 적금 금액 중에서 반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 샀던 주식이 가격이 내려, 본전도 못 뽑고 주식을 팔았다. 뭐,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올해 초, 남편이 나 몰래 작년에 주식을 다시 시작한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의논을 하고 결정해야죠."

[남편] "이야기했으면 못하게 했을 것 아니에요?"

물론 그랬을 수도 있지만,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남편에게 섭섭한 마음이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날 무시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돈을 벌자고 한 건데... 이해하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이 주식을 한다고 이야기한 후, 본격적으로 남편의 재정 공부가 시작되었다. 퇴근 후에는, 주식과 관련된 유튜브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경제와 관련된 책을 사서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꽤 두꺼운 책도 여러 권 있었다. 책을 잘 안 보던 남편이 독서가가 되었다. 열정을 가지고 경제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참 좋은데, 나랑 이야기할 시간이 줄어든 것은 조금 힘들긴 했다. 아직 자녀도 없고 한데, 나랑 좀 더 놀아주면 좋을 텐데... 남편은 주식에 바쁘다.


그러던 중, 나 또한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바로, 유튜브이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을 찍어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요 타겟층을 제대로 잡지 못해 채널이 흐지부지 되었다. 여러 고민 끝에, 영어교육에 집중하기로 했고 구독자가 조금씩 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구독자도, 조회수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난 애가 탔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과장이 아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서 구독자가 늘었는지, 조회수는 늘었는지 확인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와 주식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왜 남편은 주식에 집착하고 나는 유튜브에 집착하는가?


첫째, 투자한 기회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남편은 꽤 많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고, 나는 내 시간을 갈아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을 촬영하는데 보통 3시간 정도가 걸리고, 영상을 편집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그럼 꼬박 6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그 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썸네일을 디자인해서 올리면 총 7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상은 몇 분 정도 될까? 딱 5분이다. 5분가량의 영상을 만드는 데 7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조회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편은 주식차트를, 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와 조회수를 수시로 확인하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 이래도 될까?


둘째,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학의 행동주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 보상을 규칙적으로 주는 것보다 띄엄띄엄 예측하기 힘들게 주는 것이 행동을 더 강화시킨다고 한다. 남편은 주식이 언제 오르고 내릴지 예측이 어렵기에, 나는 구독자가 언제 추가될지 모르기에 주식차트에, 또는 유튜브 채널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유튜브에 구독자 숫자가 1명이라도 늘면, '도파민'이 팡! 분출되면서 희열을 느낀다. 그 희열이 나에게는 강화물(reinforcer)인 것이다. 아, 인간의 본능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셋째, 기대하는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남편은 주식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가치에 투자하며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남편과 달리 나는 '성실하게 일해서 적금으로 돈을 모으자'는 입장이다. 사회구조 상, 적금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이자 금액이 얼마나 적은가?). 남편의 '경제적 자유'를 응원해 줄지는 아직 고민이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답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주식에서 다시 유튜브로 이야기를 옮기자. 나의 경우, 유튜브 영상 조회수를 높여 부수입을 얻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구독자가 1,000명이 넘으면 수입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던데 1,000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렇지만 지금 겨우 100명을 돌파한 수준이다. 어쨌든 기대는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유튜브, 주식에 우리 부부가 이렇게 매달리는 것은 어쩌면 불확실한 미래로 인한 인간적인 애씀일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가 아니다. 임신이 되지 않아 아기를 못 갖고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나는 일을 쉬고 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쪽의 수입이 줄었다. 'Almost Single Income, No kids' 가족이다. 게다가 난임 병원 비용은 얼마나 비싼지. 나중에 아기를 낳아 키울 때에도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 그래서 어쩌면 경제적 부담의 탈출구로 남편은 주식을, 나는 유튜브를 붙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 경제적인 문제는 늘 어려운 것 같다. 이런 고뇌를 어찌할 수 없어 글을 쓴다. 내 마음을 글만은 알아달라고 글을 쓴다. 유튜브를 향한 집착에서 해방되고 싶어 글을 쓴다. 아, 글을 쓰고 나니, 조금은 살 것 같다. 글을 쓰는 순간에는 유튜브에 들어가 클릭을 안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잠깐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P.S. 요즘 제가 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영어 교육 관련해서 유튜브를 찍었어요. 7시간 투자한 5분짜리 영상입니다. 구독자층의 타겟을 정하니, 선생님들께서 많이 구독해 주셔서 110명에서 이번 주에 156명까지 성장했네요^^ 주변에 혹시 영어교육에 관심 있으신 분 있으시면 이 영상, 즐겁게 봐주셔요(유튜브 알고리즘이 홍보를 안 해주니, 저라도 홍보합니다. 응원해 주세요! 유튜브에서 ‘햇살샘’을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https://youtu.be/XCXZP_q6d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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