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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Feb 15. 2021

네 자신을 아껴주렴

엄마가 딸에게

난자채취 전날. 혼자서 병원을 다녀와야 하고, 남편이랑 통화가 안 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전화 온 남편에게 화가 나서 이런 저런 뾰로퉁한 말들을 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났다.


거실로 나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이 전화를 안 받아 속상한 걸 아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신다.


“세상에 네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은 없어.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잔소리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니까, 네가 인정해야 해. 한번 씩은 말해야겠지만, 계속 말하면 상대방도 스트레스받고 너도 스트레스 받아. 기분 좋을 때, 어쩌다 한번씩 기분좋게 말해.”


우와, 엄마는 참 지혜로운 것 같다. 아까 남편한테 화냈던 게 조금 미안해진다.


“그리고 네 자신을 아껴줘야 해. 그 누구도 널 너만큼 챙겨줄 수 없어. 먹고 싶은 것도 먹게 해 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피부도 잘 관리해주고.”


엄마의 조언이 뼈있게 다가온다. 맞다, 난 늘 남을 챙기느라 내 자신을 잘 챙기지 못했다. 휴직이라 돈 아낀다고 옷도, 화장품도 맘대로 사지 못했다. 그런 날 위해 엄마는 예쁜 운동화를 사 주셨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평온해져서 잠이 솔솔 온다. 불면증으로 계속 뒤척였는데 잠을 푹 잘 잤다.


난자채취날,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탄 후 병원에 도착했다. 수액을 맞고, 수면마취를 하고 난자채취를 했다. 처음에 마취액이 들어가니 기침이 났다.

‘처음에 기침이 좀 나올 수 있어요.’ 그러더니 마취약 때문인지 잠에 든다. 눈을 떠 보니 침대였고, 시술은 끝나 있었다.


국소마취했을 때 보다, 배의 통증은 거의 없었다. 대신 수면마취로 어지러웠고 약간 구토가 날 것 같았다. 오전 10시 경, 2층으로 내려가서 원장님과 난자채취 결과를 상담받고 원무과에 가서 계산을 했다. 도저히 어지러워 집에 바로 가기 힘들 것 같아서 병실에 가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눈을 감고 쉬었더니 몸이 훨씬 나아졌다.


씩씩하게 병원을 나와 화상영어 수업을 잠시 참여하고 버스를  타고 친정으로 향한다. ‘씩씩하게 잘 했어.’ 내 자신을 칭찬해 준다.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호두파이를 선물해준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을 응원하며, 내 자신을 아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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