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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Feb 08. 2021

직장 스트레스, 꿈에도 직장이 나와요

작은 기쁨을 찾아서

가끔씩 꿈에 학교가 등장한다. 운동회날이다. 아이들이 질서 있게 행동하도록 관리하는데 용을 쓴다. 다른 반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말이다. 학부모님들이 오셔서 더더욱 언행에 신경이 쓰인다.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잘 행동하는지 예의 주시한다. 그러다가 꿈이 점프를 한다. 이미 운동회 마무리 단계이다. 아이들 점심을 먹여야 한다. 점심을 먹이고, 허겁지겁 나는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한다.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중앙현관 청소를 한다. 물걸레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물이 계속 넘처난다. 현관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개연성 없는 이야기와 개연성 있는 이야기가 이리 얽히고설켜 꿈이 된다. 꿈에서 현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려, 교무부장 선생님께 너무나도 죄송하기만 하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꼭 꿈이 아니더라도 현실 속 직장에서 그런 기분일 때가 많았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만, 실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질서가 흐트러지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학생들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무능력한 교사인 것 같아서. 그래서 목소리에 더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다고 해서 학생들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 교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이야기도 나누고, 행동 약속도 같이 정하고 나왔는데도 말이다. 내 맘 같지 않은 아이들.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반이 잘 행동했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들쑥날쑥하다. 나의 카리스마 없음을 탓한다. 괜히 내가 작아진다. 집에 오면 만신창이가 된 듯이 너덜너덜해져서 잠에 든다.


지금 교사가 된 지 10년이 넘었고, 초임 시절처럼 막막하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박사과정까지 공부했지만, 실습학교에서 이것저것을 배우며 애썼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내 성품은 쉬이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마음이 여린 것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방해물이 된다.


학급 경영에 도움이 되는 학급긍정훈육(PDC, 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 회복적 생활교육, 교사역할훈련(TET, teacher effectiveness training), 협동학습 등 연수란 연수는 찾아다니며 열심히 들었다. 대학원을 병행하면서 연수까지 들으니 얼마나 바빴겠는가? 그래도 교실에서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가고자 애썼다.


나의 애씀 덕분인지, 시간이 가져다준 선물인지 날 좋아해 주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정말 이건 꿈이야', 할 정도의 완벽한 학급도 만났다. 내 사랑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아이들, 날 너무나도 좋아하고 따라와 주는 아이들, 서로 도와주고 협동하는 학급을 만났을 때, 그건 정말 '환희'였다. 아이들의 수줍은 편지, 사랑고백에 내가 이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면서 벅찬 감동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사춘기 반항 가득한 아이들을 만나면, 작은 내가 튀어나온다. 아이들의 반항기 어린 눈빛과 날카로운 말에, 자기네들끼리 주고받는 욕이 가득한 대화에 마음이 어려워진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보여도, 다 어린아이들이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라고 내 마음속에 대뇌 인다. 그렇지만 본능적으로 내 마음은 그들의 눈빛과 언행에 상처를 받는다.


결국 교사와 학생의 만남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어서 때로는 사랑을 주고받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학생들의 무수한 사랑을 받음에도, 몇몇 학생의 날카로운 한 마디에 교사의 마음이 무너지듯, 학생들도 나의 사랑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무언가가 있었기에 그렇게 반항을 했을지도 모른다.


날 사랑해 주었던 아이들, 그리고 날 아프게 했던 아이들도 다 마음속에 품는다. 좁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공간을 내어 그들을 사랑으로 품는다. 교사로서 좋았던 기억, 아팠던 기억도 다 나인 것을. 그 기억들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그 시간에 있는 날 찾아가 같이 즐거워하고, 같이 아파하며 토닥인다.


여전히 꿈에는 학교가 나온다. 그리고 난 여전히 꿈에서 이런저런 문제로 애를 쓰다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까지는 내 맘속에 아픔이 기쁨보다 더 크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작은 기쁨에 눈길을 준다. 그래, 어두워보이던 기억 속에도 빛이 있었어. 사랑으로 영롱한 아름다운 빛.


오랜만에 소중하게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꺼내본다. 왜 나는 힘든 일만 기억하고, 교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하면 떠나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지 고민했을까? 아이들의 사랑의 고백이, 내 마음을 녹인다. 그래... 난 사랑받는 교사였는데, 그걸 잊고 있었어.


어느 직장이든 왜 어려움이 없겠는가? 그래서 어른이 되고, 그래서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날 안아준다. "고생 많았어. 많이 애썼어.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쓰디쓴 꿈에서도 달콤한 빛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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