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응원해요
엄마 손이 거칠다.
"내가 예전에는 손이 부드러워서 부끄러웠거든. 게으른 것 같아서. 그런데 요즘은 손이 거칠어서 자랑스러워. 일을 열심히 하잖아."
엄마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아프다. 엄마의 손은 세월의 고된 흔적이 남아 쭈글쭈글하다. 보드랍고 도톰하던 손에 엄마의 고됨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엄마는 퇴직 후에 요양보호사 일을 하신다. 몇 집만 가도 힘드실 텐데, 세 집을 매일마다 가신다. 토요일에도 쉬는 법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두 집을 다녀오신다. 각 집마다 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엄마가 고생하는 것 같아 딸로서 마음이 아프다. 한 집에서는 엄마에게 "발 씻는 물 떠 와라, 뭐 해달라" 계속 시키는 것 같다. 다른 한 집은 엄마 보고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서 엄마가 자존심이 확 상했다고 하신다. 다른 집에서는 요양 보호받으시는 분께서 경증 치매가 있어 똥오줌을 못 가리셔서, 엄마가 그것을 다 치우고 할머니를 씻겨드린다고 하신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엄마가 너무 안쓰럽다.
[나] 엄마, 한 집은 쉬는 게 어때?
[엄마] 요즘 일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해. 일 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서 감사하고. 힘 있을 때, 일해야지.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 키우느라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데, 왜 지금도 엄마는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할까? 그런데 엄마는 긍정적으로 늘 말씀하시니 대단하는 생각도 들면서도, 엄마께 효도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다. 난 엄마 호강은 못 시켜드리고 난임 병원 다닌다며 친정에서 지낸다. 그럼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하기 전에 딸 먹으라고 국 끓여놓고 주스도 만들어놓는다.
하루는 내가 난임 휴직이라 재정적으로 부담되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엄마] 돈 걱정은 하지 마. 엄마도 잘 벌고 있잖아.
[나] 내가 얼른 직장에 나가서 엄마를 도와주면 좋을 텐데.
[엄마] 힘 있을 때 일을 해야지. 일 하는 것 즐거워. 그리고 너는 병원도 다녀야 하는데 일은 쉬는 게 좋지. 건강이 중요해.
엄마는 본인 힘든 것은 생각 안 하시고, 딸 걱정이 한가득이다. 엄마 사랑에 눈물이 날 것 같다.
띵동, 현관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엄마가 주문한 택배이다. 엄마는 요즘 택배 주문에 재미를 붙이신 것 같다. 열심히 일해서 받은 돈으로 딸 먹을 것 주문하신다. 본인은 그렇게 안 챙기면서, 소고기에 고등어에 황금향, 귤, 토마토 등. 딸 준다고 주문한 택배에 집에 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띵동, 택배 왔어요."
우리 엄마는 가끔씩 엉뚱하기도 하시다. 요양보호로 방문하는 할머니께서 몸이 아파 힘들어하시니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셨다. 바로 요양보호 할머니, 할아버지의 우정의 메신저 되어드리기! 엄마가 요양보호하시는 첫 번째 방문하는 할머니의 영상편지를 찍어서 두 번째 방문하는 할아버지께 보여드린다. "오빠, 건강하세요." 할머니의 말에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할아버지가 편지 내용에 대답하는 것을 엄마가 영상편지를 찍어 다시 첫 번째 방문하는 할머니께 보여드린다. 할머니가 아픈 것을 잠시 잊으시고 웃으신다. 이렇게 엄마는 우정의 메신저 역할을 하신다.
세 번째 방문하는 치매어르신께는 엄마가 한글도 가르쳐드리고, 종이접기, 색칠하기도 가르쳐드린다. 엄마는 유치원 선생님이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쨌든 어르신께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르신이 엄마를 엄청 좋아하시고, 엄마가 요양보호사로 방문하고 나서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고 한다. 엄마가 사람은 사랑을 받으면 살아나는 거라고 한다. 그 할머니를 사랑해 줬더니, 할머니가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좋아하신다. "난 사랑이 많은 것 같아."
맞다. 우리 엄마는 사랑이 많다. 날 무지 사랑할 뿐만 아니라, 약한 어르신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보고 계신다. 힘들어 불평할 수 있는 일인데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신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 엄마는 참 멋지다.
그럼 엄마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까? 그건 바로 레슬링! 여성이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높아진다고 한다. 엄마는 공격성을 레슬링을 보면서 푼다. 일 마치고 돌아오면 레슬링을 틀어놓고 이것저것을 하신다. 또 다른 엄마의 취미는 가요 듣기이다. 트로트를 좋아하셔서 요즘 한창 유행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밤늦게까지 보신다.
그런데 엄마가 레슬링과 트로트 프로그램을 볼 시간이 줄어들어버렸다. 대학교 공부에 도전하신 것이다. 엄마의 나이는 예순 넷이다. 엄마와 친한 동생과 함께 인테리어 공부를 하신단다. 올해 3월, 엄마는 대학교 1학년 신입생이 되었고 요즘 공부에 열심이시다. 도형 그리기에 몰두하셔서 새벽 1시까지 연구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1시간 동안 어떻게 그릴지 고민했다고 하신다.
카톡에서 엄마가 보낸 작품을 보면서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엄마의 열공 모드를 알게 되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주경야독이 쉽지 않을 텐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고 집에 와서도 무리하면 힘드시면 어쩌지? 한편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가 참 존경스럽다.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어제 너무 늦게까지 했더니, 오늘은 수업에서 졸리더라. 나 말고도 코 골면서 자는 사람도 있었어. 수업이 어찌나 졸리던지."
역시, 엄마가 무리하셨나 보다. 엄마는 공부는 너무 열심히 안 하고 재미로만 한다고 하신다. 나는 강하게 동의한다. "엄마, 건강이 먼저예요. 공부는 취미로 해요." 아니, 이 말은 엄마가 내게 항상 하는 말인데.
"선영아, 너는 너 자체로 너무 귀해. 건강이 먼저니 너무 다 잘하려고 하지 마."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엄마 마음이 딸의 마음이고 딸의 마음이 엄마 마음인 것 같다. 내 학구열도 엄마를 닮았고,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도 엄마를 닮았다. 난 엄마가 무엇을 하든 응원한다. 엄마가 건강하게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시길 기도한다. 엄마, 너무나도 소중한 엄마, 사랑해요.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