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기
병원 가기 전날이다. 집에서 4시간가량 운전해야 갈 수 있는 거리이기에, 출발할 때부터 부담이다. 우선 병원 가기 전날에 맞춰, 미리 3시간 정도 운전해서 친정에 도착했다. 운전하다가 너무 힘들어 도중에 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먹고 싶었던 과자를 사 먹으며 지친 몸을 달래며 드디어 집에 도착. 녹초가 되었다. 엄마께서 왜 이리 늦게 왔냐고, 걱정하셨다고 하시는데 괜스레 속상했다.
집에서 친정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사실 마음속 아이가 찡찡대고 있었다. 남편이 3교대 근무 마치고 와서, 피곤할까 봐 요즘 집안일을 거의 내가 하고 있다. 휴직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속상하긴 하다. 빨래, 화장실 청소며, 재활용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쓰레기 봉지 정리하고 쓰레기 버리기 등, 여러 집안일을 혼자 했더니 마음이 뾰로통하다. 남편이 친절하게 잘 대해주고 친정에 잘 다녀오라고 용돈도 줬지만, 뭐 썩 유쾌하지 않게 집을 나왔다.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해”라고 여러 번 되뇌면서.
그런 컨디션에 친정에 도착했는데, 엄마는 다짜고짜 나보고 늦었다고 나무라신다. ‘보통 이 시간쯤에 도착하시는데 왜 그러시지?’싶어 여쭤본다
“엄마, 오늘 기분이 안 좋으세요?”
“일이 쉽지 않지. 일하다 보면 기분 안 좋을 때도 있어.”
엄마가 많이 힘드셨나 보다. 요양보호일 하시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인간의 삶이 왜 이리 고된지 신께 불평을 하려다 참는다. 엄마는 말문을 돌려, 과일이며 쇼핑 이야기를 하시며 분위기를 전환하시려는 듯하다. 그러나 내 마음이 쉽사리 유쾌해지지 않는다. 혼자만의 우울에 빠져서는 안 되기에, 억지
웃음을 지으며 엄마 이야기를 듣는다. 밥을 먹는데 잘 넘어가질 않는다.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고, 생강차도 억지로 마신다.
‘이렇게 사는 게 힘든데, 왜 아기를 낳아야 할까?’
이 생각이 맴돈다.
엄마께 “왜 사람들은 자녀를 낳을까?”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대답하지 않고 말문을 다른 데로 옮기신다. 그러다가 엄마 SNS 계정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갔고, 엄마가 사진이 많이 없어졌다고 이상하다고 하시길래, 다른 계정을 쓰고 계신 것 같아 원래 계정을 찾아드렸다. 엄마는 옛날 사진을 보고 엄청 좋아하셨도, 그때부터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엄마께서 친구들과 스페인, 미국에 다녀오신 사진, 퇴직 전 회사 동료분들과 찍은 사진을 보시며 좋아하시니 내 기분도 풀렸다.
그렇게, 마음이 풀려 있는데 동생이 전화가 왔다. 동생은 엄마의 일과를 잘 여쭤보고, 엄마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신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가 얼마나 고단하셨는지 하루 일과가 그려진다. 난 나만 힘든 것을 생각했는데, 엄마는 얼마나 고되셨을까?
그런 엄마께서 딸 왔다고 저녁 차려주시고, 따뜻한 차도 달달한 꿀을 넣어 주신다. 딸 추울까 봐 평소 잘 안 쓰는 보일러도 온도를 높여두신다. 이불 따뜻하게 깔고 얼른 자라고 하신다. 그런 엄마의 사랑
속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며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