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난자가 나와주길
휴직을 하다 보니 밤에 깊은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때로는 꿈도 많이 꾼다. 10월 가을 밤, 참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병원 같은 곳에 냉장고가 있었다. 각 사람마다 냉장고를 1대씩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기 이름이 불리면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속에는 난자가 가득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이름이 불리자, 난 냉장고를 열었다. 거기에는 딱 난자 2개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꿈은 사실 현실보다 더 긍정적이다. 이때까지 시험관 시술 3번할 동안 냉동 난자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시험관 1차에 난자 2개 채취, 2차에 4개 채취, 3차에 1개 채취. 정말 난소기능저하라지만 난자 채취 수가 너무나도 저조하다.
난소야, 어쩌다가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니?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난자가 꽤 나오던데. 과배란 주사에 꿈쩍도 안하는 늙어버린 난소를 토닥인다. '토닥, 토닥. 괜찮아.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36년, 거친 인생 살아오면서 받았을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버티며 그 곳에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워.' 난소에게 말을 걸어준다.
난소가 난자채취를 하면서 바늘 공격을 많이 받았다. 유독 예민한 난, 난자 채취한 자리가 난자 채취 후에도 아프곤 했다. 찌릿 찌릿 통증이 올 때면 배를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여긴 안전해. 고생 많았어.' 힘들었을 난소를, 힘들었던 내가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