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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21. 2020

부러우면 지는 거다

물 흐르는 대로

최대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게 없는 것을 타인이 지녔다 하더라도, 내가 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신은 각자에게 그만이 지닐 수 있는 보물을 주셨다고 난 믿는다. 그러나 가끔은 나도 흔들릴 때가 있다. 실은 수없이 많은 흔들림 속에서, 중심을 지키려고 노력해 오지 않았나 싶다.


산책을 하다 보면,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가 보인다. 그럼, 나의 시선은 아이를 향하고, '왜 난 아기가 없을까?'란 생각의 종착역에서 멈춘다. 그러나 잠시 2, 3초의 주저함을 뒤로하고 걷는다. 걷다 보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게 아름다운 자연이 보인다. 파아란 하늘과, 넓은 호수, 푸른 나무들을 보다 보면 무념무상에 빠진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나를 잊는다.


때로는 남자가 부러울 때도 있다. 시험관 시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경력단절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가사는 어쨌든 여자의 몫이 크고 남자들은 거드는 편이다. 어떤 큰 단체를 이끄는 사람도 남자일 경우가 많다. 정말 재능 많고 똑똑한 젊은 여성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집에서 귀한 생명을 돌보며 인류가 멸종되지 않도록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여성이 하는 노동의 고됨을 보지 않는다. 뭐, 나는 아직 아기를 낳지도 키우지도 않은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 지금 나 또한 일을 멈추고 자녀를 낳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입장이다. 직장에서 나와 쉬다 보니, 여성에게 지워지는 무거운 짐이 이제 막 엄마의 첫 발을 딛는 나를 압도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커다란 희생을 각오할 만큼, 자녀를 낳고 싶은가? 세상은 각박하고 자녀를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다. 남편이 원해서, 시댁이 원해서 자녀를 낳고 싶은 것일까? 나의 동기를 다시 살펴본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낳을 때를 대비해서,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 쉽지 않기에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갈 자녀들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난 역시 걱정 쟁이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멈춘다. "그래, 물 흐르듯이 섭리대로 사는 거야. " 내가 자녀를 낳고 싶다고 낳는 것도 아니기에, 힘을 뺀다.


부러움의 문제로 다시 돌아와 본다. 사실, 사람들이 다 똑같이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이 더 많게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 환경이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인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게 없는 것으로 슬퍼하며 인생을 허비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다. 자녀 또한 내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은 내려놓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날 잘 돌보아 주고, 내가 건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때에 선물같이 예쁜 아가가 찾아와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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