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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Apr 02. 2021

교사 상처, 반창고를 붙여주세요

눈물의 일기장을 꺼내 보다(1)

2008년, 교사가 되었다. 내 나이 스물셋, 첫 직장생활이었다. 누구나 신규는 힘들지만, 나 같은 경우 통과의례가 참 힘들었다. 그건 외부의 환경 때문이라기보다는,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 때문이었으리라.



ㅣ눈물 어린 나의 서툰 신규시절ㅣ


1. 업무가 뭐야? 업무를 할 줄도 모른 채 업무 폭탄을 맞다.


난 뭐든지 느렸다. 학생들 수업을 하다 보면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멀티 태스킹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에서 맡은 업무가 많은 데다, 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일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교육청 장학사님께 전화 왔어요. 선생님께서 자료를 제출을 안 했다고 빨리 제출해 달라고 하시네요."


그러면 학생들에게 활동을 시키고 공문을 하는데, 공문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마음은 급하고, 아이들 활동하고 있는데 공문을 하려니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어떻게 어떻게 공문을 해서 교육청에 보낸다. 휴... 자책이 밀려온다. 저녁을 굶기도 하며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는데도, 왜 이리 구멍이 많은지?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만약 신규 후배들과의 만남의 자리가 마련된다면, '라떼'는 말이야,라고 훈수를 둘 수도 있겠지만... 내 아픔을 후배들은 겪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후배 선생님들, 업무가 어려운가요? 이렇게 해 보세요.>

1) 공문이 오면 마감 기한을 다이어리에 쓴다.

2) 마감 기한에 일을 하면, 공문 결재 절차 때문에 시일 안에 맞춰서 제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2~3일 전에 미리 일을 하고 결재를 올려 수순을 밟는 것이 좋다.

3) 업무가 너무 많아 달력이 빡빡한가? 우선순위를 매기고 색깔 펜으로 표시해서 중요하고 긴급한 일부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라.


2. 수업 준비를 잘해두어야 그날 하루가 편하다.


수업 준비를 잘하고 싶지만 시간이 늘 부족했다. 매 차시별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과목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목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업무에 쫓기다 보면 수업 준비가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그러나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수업이 엉망이 되곤 했고, 그럼 또 자책이 밀려왔다. '아... 아무리 바빠도 제대로 준비했어야 했는데...'


특히 수업 준비가 중요한 과목이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단연 과학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을 최대한  해보자'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차시 수업을 준비하며 사전 실험을  보기에 너무 바빴다.  준비물 준비하는 것도 힘들었다. 요즘은 '과학보조선생님'께서 계셔서 과학수업 준비물을 도와주시지만,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교사가 직접 모든 실험재료를 챙겨야 했다. 동영상으로 봤더니 간단해 보여서 준비물만 준비했는데, 실제로 실험을  보니 영상과 달랐다. 결국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루는 가루 물질 관찰하기 수업이었다. 오감을 이용해 관찰하는 것이었고 교과서에 맛보기 활동도 나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실에 있는 설탕과 소금을 실험에 활용하고, 나머지 코코아 분말, 녹차가루 등과 같은 것은 학생들이 집에서 가져올 수 있는 학생은 가져오게 했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 보였으나 여학생 2명이 배가 아프다면서 찾아왔다. 나는 깜짝 놀랐고, 설탕과 소금에 문제가 있는지 신경이 곤두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도서에 '과학실에 있는 것은 맛보지 마세요'라는 말이 있었다. 이 문장이 이제야 보이다니..ㅠㅠ 다행히도, 두 명의 여학생은 금방 나았고, 난 천년 감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배 선생님들, 과학수업이 어려운가요? 이렇게 준비해 보세요.>

1) 동영상에는 쉬워 보이더라도 과학 과목의 경우, 사전 실험은 꼭 해보세요.

2) 실험실에 있는 것은 맛보면 위험해요. 소금, 설탕 같은 것도 실험실에 있는 것은 맛보기 금지!

3) 과학실험을 할 때에는 안전이 가장 중요해요. 학생들 안전지도는 필수입니다. 퀴즈 등의 형식을 활용해서 재미있게 안전 수칙을 익히게 해 줘요.

4) 실험실에 있는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않게 지도해요. 실험실 재료를 미리 나눠주면 학생들이 만지고 싶어 하니, 설명을 다 한 후 실험실 재료를 제공해 주세요.

5) 뒷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훈련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혼자서 실험실 다 치우느라 눈물 쏟습니다.



3. 쓴소리에 마음앓이할 때


처음부터 많은 것을 잘하는 슈퍼 울트라 선생님도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공개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해 보는 공개수업, 교장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들었다. 조언을 들으면서 '난 참 부족한 교사구나'하면서 자책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공개 수업 외에도, 선배 선생님들의 여러 조언이 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참 마음이 시렸던 기억이 있다.


기억할 것은, 선생님이 지금 서툴더라도 그 모습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분명 성장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날 손가락질한다고, 나까지 날 손가락질하고 채찍질한다면 내 내면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런 날에는 날 알아줘라. '수고했다고, 애썼다고.' '잘할 거라고.' 존재만으로도 빛나고 아름다운 선생님이 서툰 모습에 좌절하질 않길, 그리고 잘 해낼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길 응원 한다.



<후배 선생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쓴소리를 듣는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선생님의 현재의 모습이 미래의 모습이 아닙니다. 선생님은 성장할 것이며, 점점 더 나아질 거예요. 그러니, 날 향한 비판(때로는 비난)이나 조언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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