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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Apr 10. 2021

가수가 부러워

남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가기

어릴 적, 난 꽤 노래를 잘했다. 시골 동네에서 잘 나가는 가수(?)였다. 여러 크고 작은 대회에서 1등, 최우수상, 대상을 차지하곤 했다(아닐 때도 있었다.) 전교생 학예회에서 학생 대표로 독창을 부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좋았고, 뭔가 자부심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노래를 지도해 주시던 합창부 선생님께서 날 따로 부르셔서 꼭 성악을 전공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엄마는 딸이 노래를 잘한다고 친척들에게 자랑을 했는데, 한 친척분께서 “음악 전공은 돈도 많이 들어가고 정말 뛰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워요.”라고 하셨다고 한다. 안 그래도 다 안다. 예체능의 길이 어렵다는 것을 어찌 모르리오?


우리 집은 가정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에 나 또한 일찍이 진로를 예체능이 아닌 다른 쪽으로 잡았다. 그 당시 공부하는 것이 좋았고, 내가 음악적으로 뛰어나다고 하기엔 확신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 왜 이리도 음악 하는 사람들이 부러울까? 문제는 지금 난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성도 아닌, 진성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발성법도 애매하다. ‘노래를 잘한다’가 아닌 과거형 ‘노래를 잘했다’가 나의 이야기이고, 그 과거마저도 흐릿흐릿하다. 내가 과연 노래를 잘 하긴 했을까?


엄마는 “네가 어렸을 때는 노래를 잘했는데 지금은 네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신다. 엄마의 냉정한 평가가 맞다. 남편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 게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가족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냉정히 난 노래를 잘하는 쪽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요즘 왜 이리도 가수들이 부러운지? 유튜브에 노래를 잘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부럽다. ‘유명가수전’을 보며 아이유가 부럽고, 이승윤이 부럽고, 이무진이 부럽고, 정홍일이 부럽다.


밤늦게 음악프로그램을 보고 감성이 충만하지만, 난 별 거 없는 내 끼와 재능을 어찌 못해 잠이 든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 음악에 대한 꿈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현실을 알린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야. 시험관 시술하러 가자!”


난임이라 병원에서 4시간 대기를 하며 원장님 뵙기를 기다리고 있는 난, 모든 것을 유보한 채 하염없이 아기를 기다리 듯 원장님 뵙기를 기다린다.


병원 대기실에서 생각한다. 가수들은 그들의 삶을 사는 거고, 난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내 재능이 잘 발휘되면 좋겠지만, 그 분야가 무엇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가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나을지도.


https://youtu.be/AEYvSu4f3uA

p.s. 팝송을 불러 보았습니다. 가수로서 가능성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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