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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Apr 17. 2021

꿈 많은 아줌마

아줌마도 꿈을 꿉니다

“아줌마, 거기 재활용품 버리세요!”


경비실 아저씨가 나에게 한 말이다. ‘아줌마’란 단어가 와서 콱 박힌다. 아줌마? 그래, 난 아줌마다. 아줌마 소리 듣기가 정말 싫지만 확실히 난 아줌마다. 아직 아기가 없지만, 내 나이를 보시라! 벌써 서른 후반이다.


아줌마지만, 난 꿈이 많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생각하면 가슴 설레는 꿈도 많다. 그런데 ‘꿈 많은 소녀’는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꿈 많은 아줌마’는 많이 못 들어본 것 같다.


‘꿈’과 ‘아줌마’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난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줌마인 나도 꿈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맘 속에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회에서 '맘충', '페미' 등의 렌즈로 여성을 차갑게 바라보는 것이 불편하다. 마치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인 양 바라보는 시선에 속이 상한다. 자신의 경력과 젊음을 희생하며, 한창 자신의 커리어를 쌓을 시기에 모든 것을 멈추고 다음 세대를 키우는 여성을 사회는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엄마가 말했다.

"아들이 그래도 좋다. 남자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잖아."


그 말을 듣고 난 조금 화가 났다. 그럼, 여자는요?

여자라고 왜 꿈이 없겠는가? 여자라고 능력이 없겠는가?


여자도 꿈이 있고, 여자도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생명을 키우는 중요한 일이 있기에, 다른 일들을 잠시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기에 소중한 에너지를 가정에 쏟는 것이다.


아들이 아닌 딸로 태어나 겪어야 하는 여러 속상함을 삼킨다. 그럼에도, 가정은 소중하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내려놓는다. 요즘 하루에 많게는 주사 7대를 맞아가며 시험관 시술을 한다. 엄마가 되기 위해 애쓴다. 사회에서 중요한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사회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지만 가정에서는 내가 유일무이한 중요한 사람이기에. 내게 주어진 가정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꿈은 마음속에 씨앗처럼 잘 심어둔다. 언젠가는 예쁘게 자라 열매 맺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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