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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Apr 24. 2021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도록 태어났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시에서 엄마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는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겹쳐진다. 늙은 ‘어머니,’ 듣기만 해도 만감이 스치는 정겨운 이름이다. 젊고 곱던 엄마가 자식들 키우며 세월의 세파를 견디며 주름이 늘었다. 그러나 나에게 우리 엄마는 여전히 아름답고, 곱고, 고귀하다. 


나이 먹은 딸 챙기신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일 나가시기 전에 조기도 굽고, 청국장도 끓이신다. 키위에 토마토도 갈아 주스도 만들어 주신다. 뜨끈한 식혜를 챙겨주시며 먹으라 하신다. 내가 엄마를 챙겨드려야 할 텐데, 이 무슨 사랑인가?


‘엄마’를 소재로 한 시든, 이야기든, 우리 마음에 큰 공명을 주는 것 같다. 우리의 엄마 이야기는 어떻게든 공통점이 있고, 그 사랑은 세상 그 어떤 사람이 주는 사랑과도 비교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갈 때에, 엄마 품은 더욱 따스하고, 의지가 되고, 힘이되나 보다.


인간의 소소한 일상이, 이리도 귀하고 높고 외롭고 쓸쓸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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