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샘 Jul 30. 2021

인간이기에, Memento Mori

무겁고 두려운 말, 그럼에도 삶의 본질을 담은 말

Memento mori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인간(人間)으로 태어나 늘 사이(間)에서 고민한다. 생명을 안고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그 가운데 사랑과 미움, 번영과 쇠퇴, 소유와 무소유 사이를 오가며 살아간다. 인간은 딜레마적 존재이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 고민하고 번뇌한다.


요즘, 참 우습게도 죽음과 관련된 콘텐츠가 눈에 들어온다. '죽기 전에 후회하는 5가지'이런 류의 책과 영상을 보며, 내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30대 후반, 인생의 전반기를 살아왔고 후반기를 준비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의 유한성이다.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내게 무한한 에너지와 체력이 있다면, 내 수명을 장담할 수 있다면 내 욕심대로, 때로는 욕망대로 내달릴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 보고, 잠도 줄여가며 소위 미친 듯(?)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쓸 것이다. '미치지(狂) 못하면 미치지(達) 못한다'는 말이 있고, 인생 한번 태어났으면 무언가에 미쳐서 몰두하고 살고 싶다. 나름 인생에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꾸물거린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가 해야 할 책임이 많기에, 체력이 예전 같지 않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현실에 부딪힌다.


[나] "엄마, 나도 더 열심히 살고 싶은데, 마음먹는 것만큼 잘 안돼요."

[엄마] "인생 살다 보면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나]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책도 쓰고, 영향력 있게 살고 싶은데...."

[엄마] "유명한 사람들, 박경리, 또 누구더라? 박완서. 이런 사람들 봐봐. 어차피 죽을 때는 똑같이 죽어. 무언가를 이루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인생 별거 있나?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즐겁게 사는 거야."


인생의 선배이신 엄마의 말을 듣다 보면, 다시금 인생의 방향을 조정하게 된다.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지인들이란 생각이 든다. 내게 주어진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럼 나는 이 땅에 왜 태어났을까? 어쩌면 내가 태어나 해야 할 일이 있겠고, 삶의 목적이 있을 텐데,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게 주어진 재능이 작은 것일지라도, 이 재능을 잘 가꾸고 싶은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직은 혈기가 남아있는 30대, 여러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간인가 보다. 계속 고민하게 되는 존재인가 보다. 인생을 논하기에 아직도 난 내공이 부족하고, 지혜도 부족하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복잡한 내 마음만 늘어놓은 듯하다. 그럴 때 우리 엄마가 쓰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개똥철학'


지금 난 개똥철학으로 머리 굴리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