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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08. 2021

[서평] 학폭 백신도 척척 만드는 마법사 선생님

교사가 된 지 벌써 14년이 지났다. 3년의 휴직으로 난 경력 11년 차 교사이다. 어떤 분야든 10년을 파면 전문가가 된다고 했는데, 교사는 해도 해도 어렵다. 팔 때까지 파보려고 박사과정까지 졸업했지만, 실제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일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일이며, 관계를 맺는 일이기에 어려웠다. 삶으로 가르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신규 시절을 돌아본다. 막연히 교육에 대한 부푼 희망을 안고 교단에 섰지만 교직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순수한 영혼을 만나고 가르치는 기쁨도 있었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생의 쓴 맛도 맛보게 한 것이 교직이었다. 주변에 선생님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잘하시지?"라는 궁금증을 안고 바라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하는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던 시기였다.


학생들을 사랑했지만, 서툴렀기에 내 마음이 잘 전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학교폭력'이었다. 사춘기 아이들의 왕따와 폭력은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교직 2년 차, 참으로 어려운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교직에 대한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활지도'구나... 예비교사 시절, 수업을 잘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학생들의 생활이 안정이 되고 즐거워야 수업도 되는 것이었다.


학생들 생활지도를 잘하고자 '교사역할훈련(T.E.T.)'  당시 서울에까지 찾아가서 사비를 들이며 연수를 들었다. 학급경영으로 유명하신 정유진 선생님의 학급경영 방법을 전해 들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들을 찾아가 노하우를 듣고 열심히 메모하기도 했다. 협동학습에서 배운 '학급경영시스템' 적용해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 트렌드도 바뀌어감에 따라 권영애 선생님의 버츄프로젝트, 학급긍정훈육(PDC, positive discipline classroom) 들었고 회복적생활교육도 1 과정을 들으며 학급에 적용해 보았다.


써클 활동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고 애썼고, 비폭력대화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좋은 분위기 형성에 힘썼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 생활지도가 조금씩은 나아졌고 날 좋아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여전히 관계를 맺기 힘든 학생이 있다. 나는 만능이 아니다. 특히 거친 남학생을 훈육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로 만나는 시간을 갖고, 상담하며 사랑으로 지도하려고 하지만, 내 맘 같지 않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휴직기간 동안, 나의 생활지도를 돌아보면서 만난 책이 '학폭백신도 척척 만드는 마법사 선생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깨달음이 마음에 다가왔다. 작가님께서 천방지축 아이들을 놀랍게 변화시킨 힘, 그 힘은 바로 '진심 어린 헌신적인 사랑'이었고, '교육에 대한 희망'이었다. 나름대로 학생들을 위한다고 주말까지 학생들과 만남을 가지며 학생들을 사랑하려고 애썼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육에 대한 희망보다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고된 업무와 학업의 병행으로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학교현장은 힘들다.'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기도 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많았다. 그런데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태도에서 무릎을 탁 쳤다. '태도의 차이가 교육의 차이를 만드는구나.'


책을 통해 만난 작가님은 사랑이 넘치는 선생님이시다. 사랑의 마법사시다. 학생을 향한, 학부모를 향한, 교사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그런 사랑을 인쇄물인 책을 통해서도 절절히 느껴지는데, 실제로 작가님을 만난 학생들은 그 사랑을 느끼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얼굴은 웃는 표정이어도 마음속으로 우는 아이, 아직은 거북이처럼 느려도 빠른 토끼를 앞서고 싶은 꿈을 꾸는 아이, 비록 시험성적이 낮아도 언젠가 에디슨처럼 세상을 바꿀 가능성을 가진 아이, 이렇게 특별한 아이들을 어른의 관점이 아닌 사랑의 돋보기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p. 19)


그렇다. 작가님은 아이들을 사랑의 돋보기로 보고 있었다. 나는 때로는 두려움의 돋보기로, 불신의 돋보기로 아이들을 볼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을 사랑의 돋보기로 보았기에, 아이들도 선생님 앞에서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어가나 보다.


 생활지도를 위해서 필요한 훈육이라지만 지도과정에서 어린 마음이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훈육의 목적은 긍정적 도적덕 자기 개념을 심어주어 기본적인 규칙을 지킬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지도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 말하며 지나간 일을 들추지 말고 현재 일어난 일에 한정되어야 한다. 아이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인정할 때 선생님의 가르침을 수용하고 따를 마음이 생긴다.(p. 20)


작가님의 섬세한 문장 속에 훈육의 원칙이 통찰력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선배 선생님께서 옆에서 '박 선생님, 훈육은 이렇게 해 보세요. 나는 이런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했더니 학생들이 변화되었어요.' 하며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는 것 같다. 마치 멘토가 제자들을 가르치듯이, 따스한 가르침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태호라는 아이, 그런 아이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작가님은 반 전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태호와의 상담,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신다. 무엇보다 '문제 행동'을 고치려는 것에 앞서 '태호의 마음'을 이해하며 공감하신 것이 문제 해결의 실타래가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선입견을 걸러 버리고 아이들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사랑의 체가 필요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형편을 알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행동과 장면 저변에 깔린 심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소통하며 공감하는 태도로 대해야 닫힌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열린 대화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눈높이가 같아진다면 이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세계가 보이고, 아이들의 숨은 이야기가 동화처럼 다가와 팍팍해진 마음을 감동으로 적셔주리라 믿는다(p. 140)."


다시 복직하여 학교로 돌아간다면, 사랑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문제 행동과 장면 저변에 깔린 심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로 다짐해 본다. 작가님의 이야기 중, 모자를 쉽사리 벗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선생님은 그 학생이 강제로 모자를 벗도록 하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되 아이가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기다려 주셨다. 나 또한 학생들을 기다려 줄 줄 아는 여유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법사 선생님의 책 속에는 다양한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학생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 자라나 어른이 된 이야기, 수업 속 이야기, 추억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거기에는 학창 시절 마법사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다. 어린 시절, 밥 한 숟가락에 책 한 줄을 번갈아 보던 아이, 쉽사리 책을 놓지 못하며 백열등에 수건을 감고 차가운 방에서 책을 읽던 소녀가 마법사 선생님이다. 책을 통해 한 사람을 만나 소통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선생님을 못 잊고 찾아오는 아이들, 아이들의 수줍은 편지를 통해 마법사 선생님의 삶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기준은 외양이 아니라 내면이요, 자기들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마음과 열정임을 새삼 느낀다.(p. 187)


마법사 선생님은 기적을 함께 만들어가신다.


교육은 혼자만의 노력과 열정으로 되지 않는다. 원로 교사, 초임 교사, 수석 교사 등 다양한 개성과 능력을 가진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위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감으로써 거대한 벡터가 되어 멋진 교육의 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p. 162)


그렇다. 교육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이들의 별빛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 마음으로 교육의 희망을 심고 가꾸어간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의미 있고 목적 있는 삶을 영위하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과 그 일을 끝까지 추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려면 수반되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목표를 성취하는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꿈을 가져야 한다.(p. 147)"


 마지막으로, 교육의 희망을 교육 현장 가운데 이루어내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져 본다.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려면 고통이 수반된다. 그러한 고통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교사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작가님과 같이 하늘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길 기도해본다.


온 세상을 다 안아도 넉넉한 하늘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련다(p.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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