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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Oct 15. 2021

찬 바람이 불면

임신을 기다리며

10월 중순이다. 벌써 올 해도 2달 하고 반 밖에 남지 않았다 아기를 가지고자 열심히 달려왔지만, 어디 임신이 내 마음대로 되는가? 계절의 변화가 무심하고, 찬 바람에 마음이 시리다. 10월에 자리 잡고 있는 내 생일이 반갑지만은 않다. 내 생물학적 나이가 늘어나고, 그 말인즉슨 나의 가임능력이 조금씩 더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마트에 다녀오는 길에 어린 아기들을 보면 "여보, 우리도 아기 생길까?" 하고 계속 묻고 남편은 "응, 곧 생기지."라고 대답하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는 현실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2021년 상반기, 시험관 시술을 격월로 하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몸이 많이 힘들었다. 배가 아파서 꼭두새벽에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눈 밑 근육이 떨리는 게 며칠 동안 지속되어 겁을 먹기도 했다. 자다 일어났는데 처음 느껴보는 흉통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나 자신을 진정시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험관 시술을 하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 싶어서 내 발로 한의원을 찾아가 한약도 짓고 침도 맞았다. 비싸서 엄두를 못 내던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내 몸을 챙긴 지 한 달도 안 되어, 11월에는 다시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찬 바람이 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시간이 가고 있어. 2021년도 이제 곧 마무리되잖아. 난임 휴직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렇다. 찬 바람은 올해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는 가혹한 계절이다. 그런 나와 달리 남편은 참 긍정적이다. "추우면 창문 닫고 보일러 틀면 되죠." 하하, 맞는 말이다. 뭐, 다시 생각해 보면 추운 겨울이 오는 것이 그렇게 가혹한 것은 아니다. 등 따숩게 지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직 오지도 않은 추운 겨울을 걱정하며 가을의 순간을 놓치고 있다. 아직 아기가 오지 않음을 걱정하며, 현재라는 소중한 시간을 걱정으로 허비하고 있다. 다음 달에 시험관 시술을 할 수도 있고, 감사하게 이번 달에 자연임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겁내지 말고, 미리 걱정하지 말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며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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