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샘 Jan 09. 2022

배아 이식 날, 요동하는 마음과 마주하다

내 마음의 괴로움의 원인을 찾아서

며칠 전, 시험관 시술 배아 이식을 했다. 참으로 어렵게, 어렵게 5일 배양 배아가 나왔다. 냉동배아 이식이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나에게는 처음 찾아온 선물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모은 배아를 이식하고 배아를 환영해 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맘과 달리 병실에 누워있는데 온갖 두려운 생각들이 몰려왔다.


'이렇게 험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내 인생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는데,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아이를 낳아도 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더 두려웠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배아가 적응을 못하면 어떻게 하지?'

'아,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해? 힘들게 모은 배아가 잘 적응하도록 마음이 편해야지!'


마음의 평안함을 강요할수록 불안감이 높아져만 갔다. 결국 눈물이 났다. 배아가 최대한 잘 적응하도록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을 참다가 참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면역글루블린 링거 통을 한 손으로 어색하게 들고 가는데 환자복을 입고 다니는 내가 왠지 안쓰러웠다.


그렇게 나름 쉽지 않았던 안정의 시간을 견뎌내고 대기실에 기다리는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의사 선생님께서 뭐라고 했어요?"

"배아가 하나는 상급이고 하나는 중급이래요. 내막 두께도 좋대요. 확률은 50%이니까 기대해 보자고 하셨어요."

"확률이 50%밖에요? 되거나, 안 되거나이잖아요."


  말에 충격이었다. 50%이면 정말 높은 수치인데,  남편은 그렇게 받아들였을까? 조금 섭섭했다. 시험관 성공 확률은 보통 25%~30%인데 50%이면 정말 높은 확률이라고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해가 조금씩 렸다. 그러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이 되었다. 남편은 원장님께서   주신 말씀은 없는지 물었다. 나는 병원에서  주의사항을 말해주었다.


집에 돌아와 편안하게 눕고, 엄마와 남편으로부터 무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어머님께서도 고생 많았다고 하시며,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시다. 그래서 나는 무리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지내는데 조금 답답했다. 그리고, 그날 밤, 참 신기하게도 잠잠했던 불면증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배아가 착상해야 하는데 왜 이러지?' 불안하고 고통스러웠다.


불면증이 반복되고, 불안감이 높아져만 가면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고민하게 되었다. 자꾸만 생각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내 마음속에 세상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과거에 날 힘들게 했던 일들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마주했다. '왜 신은 나에게 이런 일들을 허락하셨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아직도 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난 이 물음표를 풀어야 했다. 실은 시험관 시술을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난 이 물음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 왔다. 내 마음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 상담을 받기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요동하고 있었다. 내 마음 깊은 곳을 돌볼 때였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것에 감사, 시험관 시술의 고통 속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