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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May 14. 2022

내가 내 편이 되어주기

고맙다, 살아와줘서

세상에는 참 멋진 사람들이 많다. 존경스럽고 경이로운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에는 잠깐 멈추고, 나의 작고 빛나는 부분을 바라봐줘야 함에도, 타인들의 빛에 압도당할 때가 많다. 그들의 빛이 강할수록, 나의 어둠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 나의 심리상태는 나를 더욱 작게 만들고 위축되게 만든다. '왜 나는 그럴까?'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내 인생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나는 지나치게 겸손한 편이다. 그 시초는 중학교 2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당시 아빠는 간경화로 대학병원에 한 달가량 입원하셨다. 엄마는 아빠를 돌보셔야 했기 때문에 그 당시 내 동생과 나는 엄마, 아빠와 따로 지내야 했다. 외할머니께서 오셔서 우리를 돌보아 주셨지만, 마음의 허기를 어쩔 줄 몰랐다. 그 당시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열심히 공부했고, 전교 1등을 했었다. 그러나 전교 1등이라는 자리는 그렇게 기쁜 자리만은 아니었다. 나는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고, 그것이 친구들에게 거슬릴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사춘기가 늦게 와서 그런지 지나치게 순진했고 TV를 보지 않았기에 친구들과 소통이 어려웠다. '공부만 하는 아이'였고 '눈치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나는 왕따가 되었고, 그때부터 역설적으로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표시 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그때 생겼던 것 같다. 그 당시의 트라우마가 어른이 된 지금도 내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왕따'라는 것의 영향력은 실로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부터 나는 뭔가 결함이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준 나 자신을 다독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나는 외로웠고, 문제가 많은 사람인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날 격려해 주거나 잘한다고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부모님께 나의 고민을 말할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의 짐이 너무나도 무거웠기에. 나 혼자 이 짐을 짊어지고 가야 했다. 이렇게 결함 많은 내가, 이렇게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너무 약해 보였다.


지금도 난 나 자신이 잘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혹시나 타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을 널뛰는 인격의 미성숙함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나의 미성숙함이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나는 참으로 부족한 존재처럼 느껴졌고, 세상에는 위대한 거인들이 살고 있었다. 난쟁이가 거인들과 사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많은 것이 부족한 난쟁이는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어제도 몸이 아파서 골골대다가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해야 한다며 집 밖으로 나왔다. '시간이 자꾸 지나가잖아. 늦잠 자서 어떻게 해?' 하며 자신을 또 비난하며 꾸역꾸역 카페를 찾아다닌다. 그러다 운전 중에 차 속에서 감정이 폭발해버렸다. 엉엉 울었다. 인생이 왜 이렇게 살기 힘드냐고, 왜 이렇게 나는 이런 감정적인 문제를 놓고 씨름해야 하냐고 신에게 물었다. 신은 답이 없었지만, 신은 동시에 내게 답을 해 주었다. 내 통곡과 같은 울음을 들어주었고, 그걸로 되었다.


 다행히 한 카페에 찾아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카페의 차분한 분위기, 그리고 커피 한 잔이 나 마음을 조금 차분하게 했다. 지도안을 꺼내서 작업을 한다. 조금씩 집중이 되면서 마음의 안정감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잠시 여유가 생기면서 내 자신을 돌아본다. 깨달은 것은, 내가 내 편이 되어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었다. 날 코너에 몰아가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나였다. 허깨비 같은 과거의 비난들이 여전히 날 공격하는 화살이었고, 그 화살 시위를 당기는 자는 나였다.


내 마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편이 되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과거의 공격의 목소리가 아니라, 날 믿어준 사람들, 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환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선생님은 훌륭합니다. 매일 지식과 행복을 쌓아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22.5.13.

♥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해요. 저희한테 수업을 가르쳐 주시고 저희한테 기쁨을 주셔서. - 2019. 10.15.

♥ 모든 일을 겸손하게 정말 열정적으로 하는 OO샘이 매력적으로 보여요. 총명함도 본받고 싶고... - 논문 내용은 놀라웠답니다. OO샘이 스스로에게 많은 칭찬을 보냈으면 해요. 나를 더 토닥이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사랑해 주길 소망합니다. - 2019.5.25. A 선생님

♥ 저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시고 항상 저에게 칭찬해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은 친절하고 예뻐서 좋아요. 선생님 사랑해요. - 2019.5.15.

♥ 제가 모르는 것을 항상 열정적으로 노력하면서 가르쳐주는 게 너무 멋지고 너무 감사합니다. - 2019.5.15.

♥ 선생님이 친절히 가르쳐서 공부가 참 좋아요. 이번에도 공부를 잘 가르쳐 주세요. 저도 선생님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그리고 매일매일 행복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9.4.22.

 ♥ 논문 쓰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보기 드물게 매우 훌륭한 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논문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아무쪼록 마무리 잘하시고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는 방학되시길 바랍니다. - 2018.12.8.  B 교수님

♥ 처음에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보고 지금까지 수업을 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전율을 느꼈어요. 그래서 너무 완벽한 분이라고 느껴서 다가가기 힘들 것 같았지만, 항상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주시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사실 너무 감사했답니다. - 2016.5.17. C 교생 선생님

 ♥ 선생님, 전 선생님의 그 친절하고 웃는 모습이 좋아요. 선생님 열심히 우리들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다시 사랑해요. -2016.4.8.

 ♥ 자네는 밝고 맑은 성품과 열정을 가지고 있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이루어 낼 것이라고 확신하네. 나도 자네가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할 테니 자네도 꿈 잃지 말고 노력하기 바라네.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게. - 2015.5.16. H교수님


다시 그림자를 보던 눈을 들어, 내 속에 작은 빛을 바라본다.


과하게 친절해서 권위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나의 친절이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간다는 사실 잊지 말자. 잘 웃어서 만만해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작은 미소가 누군가의 마음을 기쁘게 해 줄 수도 있음을 기억한다. 지방대 박사라고 스스로를 작게 보았지만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기 위한 나의

최선이었고 나의 논문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 있음을 기억하자. 나의 인격의 모난 점만 보며 날 비하하지만, 내 인격에 빛나는 부분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음을 알고, 나도 나를 격려해주자. 우울하고 어두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의 작은 사랑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줄 수 있음을 다시 마음에 기억한다.


그래,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

타인에게 그러했듯이, 나 자신에게도 기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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