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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샘 May 13. 2022

날 울게 한 편지

스승의 날, 너의 편지가 내 눈에 눈물을 쏟게 하다.

6학년 영어를 맡게 되어, 정말 복직하고 밤늦게까지 애쓰며 잠 못 자고 수업 준비했다. 3월에는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수업 준비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잦은 기침과 복통, 복직 후 적응의 고됨을 버티며 수업 준비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씩 영어를 좋아하는 것 같아 기뻐하던 찰나 어린이날 '개교기념일-어린이날-재량휴일'의 긴 연휴를 맡았다. 5월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 왔는데 아이들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쉬다가 와서 피곤하겠거니 했는데, 몇 반은 월요일의 소극적이고 조금은 부정적인 태도가 이번 주 내내 이어졌다. 무엇보다 사춘기 특유의 시니컬함이 조금씩 보이는 학생들이 있어 마음이 힘들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담실에도 아이들이 편지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보통 6학년 아이들은 교담 선생님께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2년 동안 휴직이라 작년에 가르친 제자도 없었다. 다른 선생님들이 편지를 받는 것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애써 '나는 6학년 교과전담이라 그래. 아이들은 다 작년 선생님께 편지를 썼겠지.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선생님은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돼.' 하는 마음으로 애써 나를 다독였다. 무엇보다 편지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아이들의 조금은 사그라든 배움의 열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도대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오늘은 날 자책하며 해결방법을 찾는데 골똘했다. '영어 선생님 교과 동아리를 다시 시작해볼까?' '교실마다 탭이 있으니, 블렌디드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모둠 활동을 어떻게 구성하지?' 다음 주에 있을 공개수업은 어쩌지?'


그러던 중 한 6학년 아이가 수줍은 듯이 편지를 내밀었다. 영어 수업시간에 큰 소리로 말해서 속으로 예뻐하지만, 집중을 안 할 때가 꽤 있어 눈길이 가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편지를 주니.. 마음속으로 감동이었다. 참 고마웠다.


 '딱 한 명이라도 날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되었다.'


점심시간 후, 아이들이 하교할 즈음 휴직 전에 맡았던 2학년 아이가 5학년이 되어 찾아왔다. 급식실에서 그 아이를 보고 너무 반가워 이름을 불렀는데, 처음에는 날 못 알아봤던 아이였다. "OO야, 2학년 때 선생님이야. 기억나?"라고 말했을 때,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갔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날 찾아온 것이었다.


"어, OO야, 선생님 학교에 없었는데 어떻게 기억하고 왔어?"

했더니 아이가,

"선생님은 훌륭하시잖아요."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내가 자꾸만 나를 비난하고, 부족하다며 채찍질하고, 6학년 아이들이 내 맘같이 않아 속상해했는데...

아이의 인정의 말 한마디에 진짜 눈물이 났다. 옆에 있던 교담실 선생님도, '눈물 날 뻔했네요.'라며 같이 감동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더니, 다른 2학년 제자 4명이 더 찾아와 편지를 주고 갔다. 3년 전에 맡았던 2학년 학생들을 진짜 엄마 같은 마음으로 사랑했었는데, 그 아이들은 날 잊었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휴직 동안 아이들은 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날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 고마웠다.


이런 소중한 마음에 힘입어, 6학년 다시 힘내어 열심히 가르쳐 봐야겠다.


그래, 난 괜찮은 선생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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